중국 불황 여파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사모펀드(PE) 거래 규모가 10년 이래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은 가운데 일본은 홀로 선전하며 역내 최대 시장으로 부상했다.
CNBC는 24일(현지 시간) 미국 경영컨설팅업체 베인앤컴퍼니를 인용해 지난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사모펀드 거래 총액이 전년 대비 23% 줄어든 1470억 달러(약 197조 원)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14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역내 사모펀드 거래 규모가 정점에 달했던 2021년(3590억 달러)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 둔화, 높은 금리, 시장 불확실성 등이 자금 조달이 둔화된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베인앤컴퍼니는 보고서를 통해 역내 사모펀드 거래가 “지난해 말 일부 개선 조짐이 있었지만 회복 시기는 여전히 불분명하다”며 “회복이 이뤄진다면 생성형 인공지능(AI)와 같은 파괴적인 기술이 ‘큰 가능성’을 지닌 영역”이라고 전했다. 주요 사모펀드들은 또한 재생에너지 저장, 데이터센터, 공항 등 높은 수익을 내는 인프라 운영과 같은 대체 자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사모펀드 거래 총액이 같은 기간 183% 증가하며 역내 최대 시장으로 떠올랐다. 일본 사모펀드 거래 규모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최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경제의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탈출 기대감이 커진 데다가 상장사들이 잇따라 체질 개선을 위해 비핵심자산 매각 등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에 나서는 점이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21일 4만 815선에 거래를 마치며 4일 기록한 종전 사상 최고치(종가 기준 4만 109선)을 다시 한번 경신했다. 베인앤컴퍼니는 “일본, 인도, 동남아시아가 향후 12개월 동안 사모펀드 투자 기회로써 긍정적으로 평가될 아시아·태평양 시장 중 한 곳”이라고 전망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