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인스타그램’으로 불리는 샤오훙수가 지난해 첫 흑자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시장에서 200억 달러(약 26조 7540억원) 가치를 인정받은 이 유니콘 기업의 첫 흑자 전환은 미·중 갈등에 따른 해외 투자 철회 등으로 곤란을 겪고 있는 중국 스타트업 시장에서 드물게 등장한 성공 사례라는 분석이다.
25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4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샤오훙수가 지난해 37억 달러(4조 951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중 5억 달러(6689억원)가 순이익이었다고 보도했다. 2022년 매출 20억 달러에 순손실 2억 달러였던 실적과 비교해 큰 폭의 성장을 이룬 셈이다.
‘작은 빨간 책’이라는 뜻의 샤오훙수는 2013년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설립됐으며 2021년 마지막 진행된 투자 라운딩에서 200억 달러(약 26조 7540억원)의 가치를 인정받은 유니콘이다. 알리바바, 텐센트, GCV캐피탈 등이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인스타그램처럼 사진 및 동영상 공유로 소통하는 소셜 미디어 기능과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제품을 파는 전자 상거래 기능을 결합한 플랫폼으로 특히 2030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행, 맛집, 뷰티,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팁을 얻기 위해 몰려드는 젊은 이용자들 덕에 ‘중국의 모든 유행은 샤오훙수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소셜 미디어와 전자상거래 기능을 결합했지만 주요 수익은 소셜미디어쪽인 광고에서 나온다. 투자자들에게 공유된 수치에 따르면 샤오훙수의 2023년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전년 대비 20% 증가한 3억 1200만 명이다. 기술 중심 싱크탱크 하이툰의 리청동 대표는 FT와 인터뷰에서 “샤오훙수의 광고 효과가 다른 플랫폼보다 높아 브랜드들이 마케팅 지출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샤오훙수는 구매력이 있는 젊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하는 브랜드에게 점점 더 중요한 채널이 되어가고 있어서다. FT에 따르면 샤오훙수의 사용자는 70%가 여성이고 50%가 30세 미만이다.
또 샤오훙수는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도우인(중국의 틱톡)이나 또다른 숏폼 동영상 플랫폼인 콰이쇼우와 비교해 ‘고급스럽다’는 평판을 얻고 있다. 이런 평판은 최근의 ‘조용한 럭셔리’의 유행 속에서 샤오훙수의 라이브 스트리밍 사업 부문의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컨설팅기업 와이소시얼(Wai Social)의 창업자 올리비아 플로닉은 “(샤오훙수는) 쇼핑객을 유인하기 위해 대폭 할인하는 타오바오 등과는 차별화된다”며 “판매를 강요하는 타오바오 등 쇼핑몰보다 기업이 브랜드 정체성과 고객과의 관계를 구축하기에 더 좋은 곳이라는 인상을 준다”고 분석했다.
샤오홍수의 이용자수가 도우인(약 7억5000만 명)이나 콰이쇼우(약 7억 명)보다는 적지만 대부분 사용자가 부유한 도시에 살고 있는 고소득 소비층이라는 점도 브랜드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다. 저가 중심 플랫폼이 아니기에 브랜드 가치를 희석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FT는 최근 미중 갈등의 심화로 중국 빅테크의 가치가 하락하고 해외 투자자가 철수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샤오훙수의 성공은 드문 사례라고 논평했다. 다만 미국 증시를 통한 기업공개(IPO)가 막혀있다는 점에서 성공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2021년 차량호출서비스 디디추싱은 뉴욕 증시에 상장했지만 국가 안보에 우려가 있다는 중국 정부의 압박을 받아 1년도 못돼 상장을 폐지한 적 있다. 중국 정부는 디디추싱 상장 이후 18개월 간 중단했던 기술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을 지난해부터 다시 승인하기 시작했지만 향후에도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FT는 익명의 투자자를 인용해 “샤오훙수의 실적은 훌륭하지만 기업공개를 통한 명확한 출구전략이 없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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