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솜방망이’ 처벌로 불리던 기술 유출과 마약,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형량 범위를 대폭 상향한다. 앞으로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국가의 핵심 기술을 해외로 빼돌리는 경우 재판부는 최대 18년형을 선고할 수 있다. 또 기술 침해 범죄가 대부분 초범인 점을 고려해 형사처벌 전력이 없을 경우도 집행유예 선고 시 주요 참작 사유에서 제외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전일 제130차 전체회의를 열고 지식재산·기술 침해 범죄와 스토킹 범죄, 마약 범죄의 양형 기준을 최종 의결했다고 26일 밝혔다. 해당 기준은 7월 1일 이후 기소된 사건에 한해 적용된다. 양형 기준은 판사들의 판결에서 참고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범행 동기나 결과, 피해 회복 여부 등을 따져 권고 형량 범위를 감경·기본·가중으로 나눈다. 여기에 특별양형인자(감경·가중 요인)를 고려해 최종 형량을 결정한다.
이번 양형 기준 확정안에 따라 국가 핵심 기술을 국외 유출하면 최대 18년형이 선고된다. 대법원이 최근 삼성전자(005930)의 반도체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등 관련 범죄가 급증하자 양형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검찰과 특허청의 의견 등을 참고한 것이다. 일반적인 산업 기술을 국외로 유출한 경우 기존 9년에서 최대 15년, 국내 유출은 6년에서 최대 9년으로 늘어나면서 기존보다 무겁게 처벌할 것을 제안했다.
양형위는 또 기술 유출 선고 형량을 높이는 요소인 특별가중인자에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 경우’도 추가했다. 상당한 금액의 연구개발비가 투입된 특허권, 영업비밀, 기술 등을 침해한 경우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할 수 있는 것이다.
‘비밀유지에 특별한 의무가 있는 자’의 범위에는 ‘피고인이 계약관계 등에 따라 영업비밀 또는 산업 기술 등을 비밀로서 유지할 의무가 있는 자인 경우’를 새로 포함시켰다.
스토킹 범죄는 최대 3년까지 권고하고 흉기를 소지할 경우 5년을 선고할 수 있다. 또 한국여성변호사회 등의 의견을 반영해 조직 내 계급이나 지휘·감독 관계의 영향으로 취약한 피해자에게 범행한 경우 가중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마약류 범죄의 권고 형량도 상향한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10억 원 이상의 마약을 제조·유통할 시 최대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또 미성년자에게 인적 관계를 이용해 매매, 수수를 할 경우 형을 더 높일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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