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디를 제가 더함으로써 다른 질문으로 이어질 수 있죠. 작가가 많은 이야기를 해줄수록 세계는 풍부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림책 ‘여름이 온다’로 2022년 ‘아동 문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부문을 수상한 작가 이수지씨가 자신의 삶을 담은 에세이집 ‘만질 수 있는 생각’을 펴냈다.
26일 이수지 작가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상을 수상한 뒤 가장 큰 변화로 그림책 작가도 하나의 직업군으로 인정받게 돼 진짜 그림책 작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당당하게 그림책 작가라고 말하고 다닌다”고 했다. 이전에는 한 온라인 서점에 이 작가의 프로필상 직업이 만화가로 분류돼 있던 웃지 못할 경험도 있었다. 의아한 마음에 연락해보니 그림책 작가는 직업으로 등재돼 있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림책 작가로 바꿔 달라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했지만 수상 직후 해당 서점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프로필상 그림책 작가가 되셨습니다”는 답변이었다.
한국 그림책이 글로벌 진출 사례가 전무하던 시절부터 꾸준히 글로벌 출판 시장을 두드렸다. 그의 대표작인 ‘파도야 놀자’는 미국을 비롯해 일본, 이탈리아 등 14개국에 출간됐다. 신기한 점은 독자들을 만날 때마다 부모들이 하나 같이 눈을 빛내며 ‘어떻게 저희 아이와 이렇게 똑같이 그리셨어요’라는 질문을 하는 것이다. 그는 “그림책을 처음 할 때만 해도 외국에 출간된 우리나라 그림책은 전래동화 등 한국적인 특색이 있는 그림책 위주였다”며 “‘파도야 놀자’ 이후로 우리 책도 보편성을 얻고 다양한 독자들을 만날 때가 온 것 같다”고 평가했다.
‘파도야 놀자’는 남편 유학으로 미국 텍사스주에서 생활하던 시절 미국 출판사에서 꼭 출간을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문을 두드려 결실을 맺은 책이다. 그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은 ‘이렇게 된 김에’다. “미국에 있는 김에 절박한 심정으로 미국 시장에도 내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만든 사건이었다”며 “좋은 인연과 좋은 경험이 쌓이면서 여기까지 왔다”고 전했다. 후배 작가들에게는 “기회가 된다면 자신의 책을 외국에 가지고 가 알리는 데 두려움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림책이 유아 카테고리 안에서 교육적인 목표로 소비되기 보다는 하나의 예술 영역으로 인정 받는 게 목표다. 새로 작업하는 책은 디지털 세계와 아날로그 세계 사이의 실험 쪽에 가깝다. 이 작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계로 건너가는 중간 영역에서의 그림책을 만들어보고 싶다”며 “풍성해지는 그림책 세계를 지켜라”고 전했다.
‘산’과 ‘바다’라는 이름의 두 아이를 키우는 이 작가는 책육아로 고뇌하는 부모들에게 거듭 당부했다. 그는 “그림책은 읽어주는 어른의 태도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 이야기가 너무 멋있어’ ‘너와 이걸 느끼는 게 너무 좋아’ 등 아이와 함께 책의 세계로 들어가보고 싶다는 태도를 가지면 아이들은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하다 못해 그림책이 별로라면 왜 이 그림책에 문제가 있는지 같이 얘기해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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