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라파예트 갤러리에서 열린 김수자 작가의 전시를 봤어요.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한국 작가들의 가능성이 무척 기대됩니다.”
지난 25일 ‘아트바젤’이 열리는 홍콩 완차이 지구에서 만난 알리아 알 세누시(사진·Alia Al-Senussi)는 ‘눈 여겨 본 한국 작가’를 꼽는 질문에 보따리 작가로 알려진 김수자(67)를 꼽았다. 김수자는 최근 프랑스 파리의 피노 미술관 메인 전시관에서 처음으로 전시를 연 한국 작가다. 알리아는 “영국 런던 뿐 아니라 파리, 미국 등 수많은 나라에서 한국 작가들이 이전에 비해 훨씬 자주 눈에 띈다”며 “작가 뿐 아니라 한국 컬렉터들도 최근 세계 미술시장에서는 무척 중요한 집단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리비아의 왕자 아이드리스 알 세누시의 딸이기도 한 알리아는 예술을 국가 간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중요한 소프트파워라고 생각한다. 그는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연구하는 런던대 단과대인 소아즈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따고 20여 년간 중동 지역의 문화 외교 사절로 활동했다. 지난 2016년부터는 아트바젤 런던에서 일한 후 최근 수년간 아시아 미술 시장에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국에서 2년째 열린 ‘프리즈 서울’에 모습을 보였고 지난해부터 부동산 재벌 에이드리안 청(Adrian Cheng)이 이끄는 ‘홍콩 K11 미술관’에 소속된 문화재단을 이끄는 위원회 대표로도 활약하고 있다. 알리아는 “문화가 국경을 넘어 여러 나라와 기관이 협업을 독려할 수 있다고 믿는다”며 “새로운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시장을 보는 눈도 키우기 위해 최근에는 아시아 미술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작가와 작품을 찾는 알리아의 눈에 한국 작가들은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현재 세계 미술 컬렉터들은 서구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디아스포라, 젠더 등 소외된 계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컬렉터들의 구미를 충족할 만한 작품을 생산하는 다양한 작가군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알리아는 한국 미술 시장에서 ‘기업이 후원’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그는 “작가가 아이디어만 갖고 작업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국가와 기업의 후원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한국은 현대차, 삼성, 파라다이스재단 등 수많은 예술 후원 기업을 보유하고 있어 더 위대한 작가들이 발굴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차가 국립현대미술관을 10년간 후원하며 중진 작가를 키우고, 삼성의 경우 문화유산과 현대미술 간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며 ”해외 컬렉터들이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살 것인지 여부를 고민할 때 이런 기업의 후원이 자신감을 준다"고 말했다. 기업의 후원이 있어 작가들의 지속적인 성장을 확신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한국 미술 시장의 규모가 홍콩이나 중국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고개를 저었다. 아트바젤 홍콩과 프리즈 서울이 서로 경쟁을 해서 이기고 지는 것을 가늠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설명이다. 오히려 예술로 인한 화합과 평화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국가의 규모가 다르기 때문에 경쟁을 논할 수 없지만 아시아 많은 나라에서 예술 시장의 규모가 커지는 것은 흥미롭다"며 “동아시아의 여러 복잡한 역사적 문제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미술, 예술은 국가간 유대감을 돈독하게 해줄 고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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