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세계에서 4월은 마스터스의 달이다. 많은 선수들이 매년 4월 둘째 주에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를 ‘꿈의 무대’로 꼽는다. 골프 팬들은 대회 기간을 ‘마스터스 위크’ 혹은 ‘4월의 크리스마스’라고 부르며 개막을 손꼽아 기다린다.
마스터스는 1934년 창설 때부터 올해까지 매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에서만 개최됐다. 코스의 페어웨이는 카펫처럼 디벗 자국 하나 없고 주변에는 만개한 철쭉·진달래·목련 등 각종 꽃이 가득하다. 파3 콘테스트, 그린 재킷, 캐디들이 입는 흰색 점프슈트 등 독특한 전통과 역사도 이 대회가 사랑받는 이유다. 하지만 선수뿐 아니라 골프 팬까지 마스터스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대회가 개최되는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의 세밀한 코스 관리에 있다.
최근 미국 매체 골프위크는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의 위대함이 디테일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다음 달 11일(한국 시간) 마스터스 개막에 앞서 PGA 투어 주요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나온 결론이었다.
메이저 대회 PGA 챔피언십 우승자이자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던 제이슨 데이(호주)는 오거스타내셔널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장소”라고 했다. 그는 “어떤 누구도 코스 내 가로등에 주목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그런데 예전에 코스를 지나가는데 한 남자가 가로등의 유리를 꺼내서 양면을 깨끗하게 닦은 후 다시 끼워넣었다. 오거스타내셔널은 코스 내 가로등 청소까지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에 코스를 방문한다면 꼭 한 번 가로등을 확인해보라”고 덧붙였다.
메이저 통산 9승의 ‘골프 전설’ 게리 플레이어(남아프리카공화국)는 각별한 코스 관리를 치켜세웠다. 그는 “오거스타내셔널에서는 절대로 잡초를 찾을 수 없다. 누군가 잡초를 발견하면 그린키퍼가 해고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PGA 투어 통산 7승의 빌리 호셜은 “코스의 수많은 디벗이 다음 날 나가면 모두 사라지고 없다”고 했고 메이저 2승 포함 통산 6승의 콜린 모리카와(이상 미국)는 “매년 뭐든 조금씩 바뀐다. 그게 뭔지 눈치채지 못할 때가 많지만 그래서 더 멋지다”고 설명했다.
오거스타내셔널 코스 밖 라커룸에서도 디테일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디 오픈 우승자 브라이언 하먼은 “개인 사물함에 맛있는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 있다”며 좋아했고 해리스 잉글리시(이상 미국)는 라커룸 관리인이 골프장을 찾는 고객들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그들은 나와 모든 사람들을 잘 아는 것처럼 행동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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