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현장을 이탈한 일부 전공의들의 '생활고'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에 나섰지만 정부 방침에 따라 병원의 사직서 수리가 지연되고 있다. 정부의 ‘겸직 금지’ 원칙으로 다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일부 전공의들은 생활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선배 의사들은 어린 자녀를 키우는 전공의를 위한 분유·기저귀 보내기, 일자리 주선 등으로 지원에 나섰다.
전공의들은 고용기간 약정이 없는 근로자는 사직 의사를 밝힌 지 한 달이 지나면 효력을 인정하는 민법 조항을 근거로 사직서를 제출한 후 한 달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사직 효력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정부는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기 때문에 사직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수련기간이 정해진 전공의들은 고용기간 약정이 없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으며,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은 겸직 금지 위반으로 보고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들 중에서는 수련 병원에서 받던 월급이 끊기면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거나 과외 등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국민은행에서 의사 전용 대출을 회수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회장이 "주거래 은행을 바꾸자"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KB국민은행 측은 전공의 집단사직 등 현안과는 전혀 상관없는 상품 라인업 개편이라고 해명했다.
전공의들의 선배 격인 노환규 전 의협 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전공의들에게 분유와 기저귀를 제공하는 '아이 키우는 닥터 지원 프로젝트'를 의협으로 이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에는 이날까지 120명의 전공의가 도움을 요청했고, 154명이 후원했다고 노 전 회장은 전했다. 경기도의사회에서도 경제적 어려움에 부닥친 전공의를 돕기 위해 '멘토-멘티 매칭 계좌' 신청을 받는다고 이날 회원들에게 공지 문자를 보냈다.
서울시의사회도 웹사이트에 구인·구직 게시판을 열어 전공의들의 임시 취업이나 아르바이트 자리를 연결해주고 있다.
정부는 사직서 제출 후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에 대해 행정처분(면허정지) 사전통지서를 발송했고 현장으로의 복귀를 촉구하고 있다. 당초 26일부터 면허정지에 착수하기로 했으나 의료계와 대화를 위해 연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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