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에게 전격 만남을 제안했다. 2월 중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이후 의정(醫政) 갈등이 두 달 가까이 장기화하고, 국민적 피로감이 높아지면서 해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다. 전날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의대 증원 2000명 조정 가능성 언급 이후 전공의들과의 만남까지 제안하면서 의료계가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2일 대변인실 명의의 ‘알려드립니다’를 통해 “대통령실은 국민들에게 늘 열려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계 단체들이 많지만, 집단행동 당사자인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밝혔다.
이날 윤 대통령이 전공의들에 만남을 제안한 것은 의료계 내부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다. 이날 조윤정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홍보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표에게 부탁한다. 윤 대통령이 마음에 들든 안 들든 그분은 우리나라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다. 그분이 박 대표를 초대한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만나 보라”고 밝혔다.
또 “사람은 누구나 열정이 과하면 실수할 수 있고, 모든 사람이 의사처럼 근거와 가능성을 따지고 판단이 맞는지 틀렸는지 따지고 살지는 않는다”며 “그 분(대통령)의 열정을 이해하도록 잠시나마 노력해달라. 대통령의 열정과 정성만 인정해도 대화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또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젊은이들에게 먼저 팔과 어깨를 내밀고 현장을 떠난 전공의 1만3000명 중 대표 한명이라도 딱 5분만 안아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숨 막히던 갈등 기간 국민과 환자는 가슴을 졸이며 불안에 떨어야 했다. 현재 이 난관을 해결할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단 한명, 대통령뿐”이라고 말했다.
의료계는 전날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2000명 의대 증원에 대한 합리적인 통일안을 제시해달라”고 제안했지만, 묵묵부답이다. 의료계는 시종일관 “2000명 증원 철회 없이 대화는 없다”며 강경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전의교협은 이날 “(의료계 단일안보다) 각 의대에서 어느 정도 학생을 받아 가르칠 수 있을지 평가 시스템에 맞추는 게 먼저”라며 “(2000명) 숫자를 현재 논의하는 게 얼마나 의미 있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전날 대한의사협회(의협)도 “2000명이라는 숫자에 대한 (정부의) 후퇴 없이는 협상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날 사직 전공의인 류옥하다 씨는 서울 센터포인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공의 1만 2774명과 의대생 1만 8348명을 대상으로 ‘메디스태프’ 등 의사 커뮤니티를 통한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중 64.1%(1014명)가 의대 정원을 줄여야 한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또 31.9%(504명)가 기존 정원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증원해야 한다는 답변은 4%에 불과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들의 피로감이 크고 의료 현장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하는 헌법적 책무를 다하기 위해 다시 한번 돌파구 마련에 나선 만큼 이제 공은 완전히 의료계로 넘어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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