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 82명 중 절반에 가까운 39명을 징계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아베파 핵심 인사 2명에게 ‘탈당 권고’ 처분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들이 반발하는 가운데 이번 징계에서 당 총재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제외된 데다 구체적인 진상 규명은 사실상 물 건너가면서 당내 혼란이 가중되는 양상이다.
3일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자민당 집행부는 2018~2022년 정치자금 보고서 부실 기재액이 500만 엔(약 4460만 원)을 넘는 의원과 관련 파벌 간부 등 39명에 대한 처분을 이르면 4일 열리는 당기위원회에서 결정할 계획이다. 현재 아베파에서 비자금 문제를 협의했던 ‘핵심 4인방’ 중 계파 좌장 시오노야 류 전 문부과학상, 세코 히로시게 전 참의원 간사장에게 탈당 권고, 니시무라 야스토시 전 경제산업상,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상에게 당원 자격 정지를 내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탈당 권고와 당원 자격 정지는 제명에 이어 각각 두 번째, 세 번째로 강도가 센 징계다.
지난해부터 기시다 내각과 집권 자민당의 지지율에 발목을 잡아온 스캔들 이슈는 마무리되는 모양새지만 ‘또 다른 혼란의 시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당사자들에 대한 엄정 처벌이 이뤄지지 않았고 정치자금의 비자금화와 관련한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탈당 권고 대상으로 거론된 두 사람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계파 간부로서 환류(정치자금 행사 목표 초과 모금액을 장부 기재 없이 개별 의원 비자금으로 전용)를 멈출 입장에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결과론일 뿐”이라며 “당시에는 부정 환류를 몰랐다”고 항변한다. 이들은 징계 재심 청구를 할 수 있으며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돼 심사가 열릴 경우 당은 또 한번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당사자들은 ‘탈당 거부에 따른 제명’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더욱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요미우리는 “이렇게 되면 처분을 내린 총리의 구심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처분이 이뤄져도 아베파의 조직적인 부정 환류가 언제 시작됐고 왜 중단되지 않았는지 등 ‘사건의 핵심’은 규명되지 않은 채 끝날 공산이 크다. 기시다 총리가 아베파 4인방으로부터 진상 청취를 진행했지만 모두 “모른다”로 일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 본인이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점 역시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실제로 당내에서는 ‘파벌 간부들에게는 책임을 지우면서 당의 수장(총재)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불만이 나온다. 차기 중의원 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니카이파 수장 니카이 도시히로 의원 역시 징계 대상에서 빠지면서 사태를 수습하려던 기시다 정권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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