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거가 끝나면 아시아·태평양을 둘러싼 나라들의 정상회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열릴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 시간) 미일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중러→한중일→한미일 등이 열릴 것으로 예상되며 경우에 따라 북러, 북중, 북일 회담의 가능성도 있다.
9일 외교가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0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연다. 미일이 무기를 공동 개발·생산하는 조치를 발표하는 등 파격적인 협력안을 내놓으며 밀월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어 미국, 일본, 필리핀의 3국 정상회의도 예정돼 있으며 3국은 남중국해 등에서 더 긴밀히 공조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일 정상회담의 대척점에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다음 달 정상회담을 열 것으로 보인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8~9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왕이 외교부장을 만난다. 정상회담을 앞두고 외교장관이 사전협의를 하기 위해 중국을 찾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달 로이터 통신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월 중국을 찾아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은 러시아와 만나 협력관계를 다진 후 5월 말로 점쳐지는 한중일 정상회담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8일 이희섭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 사무총장과 만나 “3국 정상회의 조기 개최를 위해 3국간 일정을 최종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장소는 서울, 시기는 5월 말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북러, 북중 정상회담과 나아가 북일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러시아에서 열린 북러 정상회담 당시 평양에 방문해 달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초청을 수락한 바 있다. 지난 1월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 알렉산드르 노박 부총리, 라브로프 외무장관을 만난 바 있으며 이후에도 양측의 고위급 인사의 왕래는 이어지고 있다. 시기로는 5월 중러 정상회담 이후가 점쳐진다.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석좌는 지난 2월 손열 동아시아연구원장과의 대담에서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실패 후 시진핑은 김정은과의 만남을 중단했지만 만약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시진핑이 다시 김정은과 만남을 재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러 밀월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 감소를 경계하는 중국이 다시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나설 수 있다는 이야기다.
북일 정상회담 가능성도 빼놓을 수 없다. 기시다 총리는 7일(현지 시간) CNN 인터뷰에서 "북일 정상회담을 위해 고위급 접근을 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북일 회담은 일본인 납치 문제에서 양측의 입장 차가 확연해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이어 7월에는 한미일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7월 워싱턴에서 열리는 정상회의에 아태평양 협력국인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를 초청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일본 매체도 "올해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이 조율 중"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총선 이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정상회담이 예고되면서 동북아 정세도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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