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 4·10 총선에서 참패함에 따라 향후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경제신문 총선 자문단과 전문가들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 190석 가까이 몰아준 국민의 선택으로 22대 국회는 야권발(發) 개헌 논의와 탄핵 시도가 블랙홀처럼 경제를 포함한 모든 이슈를 빨아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또 현 정부는 ‘김건희·한동훈 특검’ 등 거야(巨野)의 사법 공격과 입법 독주를 막아내기에 급급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야권에서는 야당으로서 총선 압승을 이끌어낸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제가 굳건해지는 가운데 제3지대 돌풍을 일으킨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이 대표와 대권 경쟁 체제를 구축할 입지를 다진 것으로 분석됐다.
본지 총선 자문단인 하상응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0일 범야권이 190석 안팎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되자 야권의 개헌 추진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어떤 내용으로 개헌을 해야 하는지를 두고 어마어마한 논란이 있을 것”이라며 “전면 개정, 부분 개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개헌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혁명적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며 “개헌과 탄핵 시도 등이 벌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와 조 대표는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이 대표는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4년 중임제로 개헌하자”고 주장했고 조 대표는 이달 4일 “사회권 선진국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면 개헌을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야권은 ‘역풍’을 고려해가며 개헌을 띄우는 시기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투표와 헌법재판소를 거쳐야 하는 개헌과 탄핵보다도 당장 특검 정국이 윤석열 대통령을 옥죌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자문단인 김동욱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특검 등 사법적인 방식으로 여권을 압박할 것”이라며 “여당은 사법 리스크를 방어하느라 국정운영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태원·채상병특검법’을, 조국혁신당은 ‘한동훈특검법’을 예고한 상황이다.
감세, 부동산 규제 완화 등 여권의 대표 정책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연금·노동·교육 등 3개 개혁과 의료 개혁 역시 동력이 급속히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더해 정권이 공직사회에 대한 통제력마저 상실해 시행령을 통한 정책 추진이라는 정부 정책 추진 방법마저 막힐 것이라고 보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정치평론가는 “정부 입법 통과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에서 시행령 통치마저도 공무원들이 따라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차기 권력 계승자였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마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면치 못하게 되면서 큰 진통을 겪을 것으로 분석됐다. 윤 대통령에서 한 위원장으로 이어지는 후계 구도 시나리오를 당장 꺼내 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박창환 정치평론가는 “한동훈 체제가 붕괴됐다”며 “여권에 리더십이 있는 인사들이 사라져 권력 공백이 대선 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문단인 이재묵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 위원장은 본인 때문에 졌다고 보기 어려움에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며 “여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수습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의 독주 체제에는 이견이 없었다. 박 정치평론가는 “이 대표가 재판에서 유죄로 실형을 살지 않는 이상 이 대표 중심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교수는 “친명으로 다 공천해놓고 이긴 만큼 이 대표의 승리라고 볼 수 있다”며 “이 대표에게 사법적인 문제가 생기더라도 이재명을 보호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창당을 선언한 지 두 달도 안 돼 1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되는 조 대표가 이 대표와 경쟁 체제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 혼자 대선 주자가 된다고 보지 않는다”며 “조 대표가 민주당에서 의원을 빼와 세를 불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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