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들이 보수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MZ세대에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웹 드라마를 만들고 MBTI 성격유형을 광고에 활용하기도 한다. 관계자들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는 물론이고 인재 채용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대웅제약(069620)은 최근 직장인들의 일상을 담은 유튜브 웹드라마 ‘D-오피스’를 선보였다. 4분짜리 짧은 시트콤으로 대웅제약 온라인홍보팀 직원들이 직접 출연한다. 상사의 애매모호한 업무지시에 대처하는 직원, 출연자 섭외로 어려움을 겪는 이야기 등을 다뤘다.
반응은 뜨겁다. 지난해 12월 3500명이던 구독자는 4월 9일 기준 4만 4000명으로 3달 만에 10배 이상 급증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40대 임원을 선임하는 등 조직문화 변화에 비해 회사 이미지는 여전히 올드한 편”이라며 “젊은 세대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광고에 세계관을 녹여낸 제약사도 있다. 숙취해소제 ‘컨디션’을 판매하는 HK이노엔(195940)은 최근 을지로 골목에 ‘컨디션 왕자’ 동상을 세웠다. 인스타그램 AR(증강현실) 사진 필터를 활용한 챌린지도 진행한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최근 을지로가 ‘힙지로’라 불리며 젊은 세대들이 많이 찾아 캠페인 장소로 택했다”며 “Z세대와 소통하는 것에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제약사들의 최근 마케팅은 회사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MZ세대의 관심을 크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다. 다양한 마케팅 방식으로 제약사들의 딱딱하고 보수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하겠다는 목표다. GC녹십자(006280)는 비타민 브랜드 ‘비맥스’ 광고에 MBTI를 활용했다. E, I, T, F 편으로 나눠 각 유형이 피로한 이유를 웹툰 형식으로 풀어내는 방식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젊은 세대 대상 인지도 향상이 목적이었었던 만큼 재미있는 요소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일동제약(249420)은 ‘좋은 결정을 주체적으로 하는 법’ 등 자기계발·심리상담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MZ 타깃 마케팅은 제약업계 문턱을 낮춰 인재 채용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대웅제약, 한미약품(128940) 등은 CDMO, 적응증 등 제약바이오 용어뿐만 아니라 신약개발과정, 공장투어, 연구원 브이로그 등도 유튜브 콘텐츠로 전한다. 취업 준비생은 직무정보를 얻을 수 있고 회사는 인재 풀을 넓힐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젊은 세대의 관심사에 맞춰 부드럽게 다가가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스타 마케팅은 단기간에 큰 화제를 모으지만 지속 가능성이 한계”라며 "매출보다 브랜드 이미지 상승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약사들이 마케팅이 화제를 모으고 있지만 재미와 정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것이 과제다. 질환·약물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 정보성 콘텐츠 부족 문제도 제기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도 정보와 흥미 사이에서 줄다리기를 하며 고심하고 있다”며 “흥미 속에서 정보를 녹여내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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