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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대형 '정치 신인'의 아쉬운 성적표

김예솔 정치부 기자





100여 일간 이어진 국민의힘의 ‘한동훈 원톱 체제’는 결국 실패로 막을 내리게 됐다. 첫 정치 도전인 22대 총선에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여당이 108석을 얻으면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지난해 말 국민의힘 구원투수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22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11일 물러났다.

정치권에 첫발을 디딜 당시 한 위원장은 ‘정치 신인’의 정체성을 강조하며 여의도 정치와 선을 그었다.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포기, 의원 정수 감축 등 정치 개혁 방안을 내세우던 그는 급기야 “여의도 정치를 끝내겠다”며 국회의사당의 세종시 완전 이전을 약속했다. 철마다 반복되는 정치 개혁이라는 비판에도 “저희는 다르다. 진짜 실천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총선 대패로 한동훈표 정치 개혁은 공허한 외침이 됐다.



여당의 참패 원인 중 하나로 한 위원장의 총선 전략 부재를 외면하기는 힘들다. 그는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자 야당 대표에 대한 총공세를 이어갔다. 집권 여당 대표의 입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를 향한 ‘범죄자 연대’에 대한 비판만이 쏟아졌다. 구체적 논의 없이 발표된 김포의 서울 편입, 철도 지하화 등 굵직한 정책들은 당 내부에서도 혼선을 빚었다.

반면 의대 증원 문제와 대파 가격 논란 등 민생 현안에 대한 뚜렷한 대책은 없었다. 이종섭·황상무 논란에 대한 뒤늦은 대응 등 연이은 용산발 리스크 관리도 미흡했다. 그가 연신 강조한 ‘이·조 심판론’에도 정권 심판론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총선 결과는 냉정히 ‘승리냐 패배냐’ 둘 중 하나다. 한 위원장은 첫 정치 도전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다. 여당의 총선 패배로 한 위원장이 100일간 강조해온 다양한 정책들은 사실상 수포로 돌아갔다. 총선 당일 굳은 표정으로 출구조사 발표를 보던 한 위원장은 11일 “책임은 오롯이 저에게 있다”며 물러났다. 그러면서 “제가 한 약속을 지키겠다”며 정치 행보를 이어갈 뜻도 시사했다. 그가 정치 인생 2막을 다시 열 때는 기존 정치권을 향한 비판만이 아니라 미래 비전과 구체적 정책들이 함께 따라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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