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근원 물가가 3개월 연속 시장 전망치를 웃돌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대폭 줄었다. 시장 참가자들은 올해 금리 인하 횟수를 2회로 보고 있으며 1회만 내릴 것이라는 전망도 늘었다. 7월에 첫 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보는 비율 역시 98%에서 50%로 크게 낮아졌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시장 참가자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40bp(1bp=0.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통상 한 번에 25bp씩 기준금리를 내린다. 즉 40bp만 낮아질 것으로 보는 건 연준이 두 번도 채 안 되게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는 뜻이다.
올해 초 대다수 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3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해 6번, 총 1.5%포인트 내릴 것이라고 관측해왔다. 하지만 1월과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망치를 웃돌면서 분위기는 바뀌었다. 특히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대비 3.5% 오른다는 소식이 나오자 ‘상반기 금리 인하론’은 쑥 들어갔으며 채권 금리가 전반적으로 급등했다. 특히 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금리는 연 4.97%로 23bp 올랐고 벤치마크인 10년물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연 4.5%를 넘어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월가의 전망도 어두워진 추세다. 골드만삭스는 금리인하 시기 전망을 6월에서 7월로 미뤘고 바클리 그룹은 올해 한 차례만 금리인하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금리 인상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래리 서머스 전 장관은 블룸버그TV에 출연해 "다음 연준의 조치는 '금리 인하'가 아닌 '금리 인상'일 가능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인상 가능성은 15%~25%"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데이터로 볼 때 6월에 금리를 내리는 것은 지난 2021년 여름 연준이 저지른 오류에 필적하는 위험하고 심각한 실수가 될 것"이라면서 "지금 당장 금리 인하는 필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번 주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유로 지역 인플레이션의 급격한 둔화와 약해진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미국 연준이 금리인하를 늦추고 있는 것이 걸림돌이긴 하지만 미국과 유로존 간의 경제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ECB의 금리인하를 막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