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정의당은) 노동자와 서민의 편에서 헌신적으로 활동해왔다, 진보정당까지 국회 진출이 거의 반으로 준 상황이어서 우려가 크다.”(이양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
22대 총선에서 원외 정당이 된 녹색정의당에 대한 노동계의 안타까움이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은 원내에서 노동계의 목소리를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해온 정당이란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11일 국희, 노동계 등에 따르면 정의당의 대표적인 노동 입법 성과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제정과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2~3조 일부개정법률안)이다. 두 법안 모두 현 정부와 경영계의 강한 우려를 받는 동시에 노동계의 숙원이다.
이은주 정의당 전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대표 발의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원청의 사용자성을 확대해 단체교섭권을 강화하고 노동조합에 대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한다. 이 법안은 윤석열 정부에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다.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일하는 사람 기본법안’도 대표적인 이 전 의원의 노동권 강화 법안이다. 기존 고용관계를 넘어선 새로운 유형의 근로자를 폭넓게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권리선언 성격의 기본법이다.
강은미 같은 당 의원은 안전한 일터 조성을 위한 법안 발의에 적극적이었다. 대표적인 법안은 2020년 6월 다시 대표 발의한 중대재해법이다. 이 법안은 2017년 고 노회찬 정의당 대표가 20대 국회 때 발의했던 법안으로 안전보건관리의무를 어긴 사업주를 형사처벌하는 법이다. 정의당은 이 법안을 1호 법안으로 내세우면서 제정에 총력을 다했다. 법안은 2021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하지만 현장에서 법 이행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이어지면서 작년 여당 주도로 전면 시행 유예 법안이 발의됐다. 강 의원은 최근 속속 산재 인정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 일명 태아산재법 제정 성과도 평가받는다.
노동계에서는 이 같은 정의당의 입법 성과와 능력이 거대 양당 구도에서 실종될 상황에 대해 우려한다.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친노동 정책을 펴왔지만, 진보당 보다 노동 정책이 적극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다. 한 노동계 인사는 “정의당이 제도권 정당 중 노동자와 서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가장 노력한 정당이란 사실은 자명하다”며 “정치논리상 이득을 선택하지 않고 진보정당의 독자노선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점은 평가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당분간 정의당은 정책 보다 당내 수습에 주력할 상황이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25년간 숙명으로 여기며 받든 진보 정치의 소임을 내려놓는다”며 “진보정당의 지속 가능한 전망을 끝내 열어내지 못한 것이 큰 회한으로 남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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