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높은 수준이 유지되면서 연내 금리 인하 전망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조기 금리 인하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경고했다. 올 하반기 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성급하게 금리를 내릴 경우 인플레이션을 또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로이터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11일(현지시간) 연구기관인 애틀랜틱카운슬이 주최한 한 행사에서 “속도와 시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올해 하반기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보다 높아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서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언급한 것이라 주목을 받는다.
정책 금리 결정은 신중한 판단 끝에 내려져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성급한 완화는 추가적인 통화 긴축을 필요로 할 수도 있는 새로운 인플레이션을 가져올 수 있다”면서도 “반면에 너무 오래 (금리 인하를) 지연하면 경제 활동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리 결정과 관련해 중앙은행의 독립성 유지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중앙은행이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두 배로 중요하다”면서 “필요한 경우 정책입안자들은 너무 이른 금리 인하 요구에 저항해야 한다”고 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이날 미 CNBC방송에 출연해 연준이 올해 말까지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우리는 연준이 연말까지 금리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어떤 조처를 할 수 있는 입장에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면서도 “다시 말하지만, 지표들이 할 수 있다고 말할 때까지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럽중앙은행(ECB)은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6월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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