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맥경화 중 가장 치명적인 유형인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에게 약물치료와 함께 스텐트 시술을 시행하면 파열 예방에 더욱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은 심장내과 박승정 석좌교수와 박덕우·안정민·강도윤 교수팀이 최근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ACC 2024)에서 예방적 스텐트 시술의 유용성을 밝힌 세계 첫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12일 밝혔다.
현대인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동맥경화는 심장 혈관 안쪽에 지방, 염증 등의 이물질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는 질환이다. 심하면 심장으로 가는 혈관이 갑자기 막히는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키거나 혈관이 터져 급사를 유발할 수도 있다. 특히 취약성 동맥경화는 혈관 막의 두께가 얇고 염증, 지질 성분이 쉽게 쌓이기 때문에 갑작스런 파열 위험이 크다고 알려졌다.
문제는 취약성 동맥경화가 심각해질 때까지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고 관상동맥조영술이나 초음파, 심전도 등 기본적인 검사로 발견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본적인 검사에서 고위험군으로 추정되는 경우 다양한 혈관 내 영상장비를 이용한 정밀 검사를 시행하고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를 선별한다. 어렵사리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를 가려내더라도 항혈전제·고지혈증 치료제 등 약물요법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보니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연구팀은 2015~2021년 한국·일본·대만·뉴질랜드 등 4개국 15개 기관에서 취약성 동맥경화로 진단 받은 환자 1606명을 약물치료만 시행한 그룹(803명)과 약물치료와 함께 예방적 스텐트 시술을 받은 그룹(803명)으로 나눠 최대 7.9년간 경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약물치료와 예방적 스텐트 시술을 병행한 그룹은 2년 내 사망 또는 심근경색 등 주요 심혈관사건이 발생할 위험이 약물치료만 그룹보다 8.5배 가량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추적 기간 동안 예방적 스텐트 시술을 받은 그룹의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은 6.5%로, 약물치료만 받은 그룹의 9.4%에 비해 약 1.4배 더 낮았다.
예방적 스텐트 시술은 취약성 동맥경화가 확인된 심장 혈관 부위에 스텐트를 삽입해 혈액이 자유롭게 흐를 수 있도록 혈관을 넓혀주는 치료법이다. 관상동맥 중재시술이라고도 불린다. 이미 관상동맥 협착이 진행돼 혈류장애가 심한 환자에게 시행되는 게 일반적인데, 이번 연구는 중증 혈류 장애가 없는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들을 대상으로 예방적 시술을 시행해 그 유용성을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연구팀은 취약성 동맥경화에 예방적으로 스텐트를 삽입해 파열을 방지하면 급성 심근경색 및 급사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로 2014년 연구를 시작한 지 10년만에 결과를 발표하는 성과를 냈다. 이 같은 학술적 가치를 토대로 세계 심장의학 전문가 2000여 명이 참석하는 ACC 2024 최신임상연구 세션에 채택됐고 의학과학기술 분야 학술지 중 피인용지수가 가장 높은 란셋(인용지수 168.9)에 동시 게재됐다.
박승정 석좌교수는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의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시술 효과를 분석한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이자 약물치료와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시술 간의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 차이를 비교한 첫 시도였다”며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에게 적극적 예방 치료를 시행해 치료 경과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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