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수십 대의 무장 드론(무인기)과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공격을 가하며 중동 위기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침공으로 촉발된 중동 위기가 이란 참전으로 미국 등 여러 국가가 개입하는 대형 전쟁으로까지 확대할 우려가 커졌다.
이란 국영 TV는 13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범죄에 대응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 공군은 수십 대의 드론과 미사일로 시오니스트 정권 영토의 특정 목표물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IRGC는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은 이란 최고 국가 안보위원회의 명령이며 군 총참모부의 지도하에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엑스(X)에 “악마의 정권은 징벌을 받을 것”이라고 밝히며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시작했음을 분명히 했다.
CNN은 이스라엘 매체를 인용해 “이번 공격에는 순항 미사일도 포함됐다”며 “이스라엘은 이란이 발사한 드론이 100기가 넘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대량 발사는 이스라엘의 대공 방어력을 압도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군은 전면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군용기 수십 대와 공수부대가 대기 상태에 돌입했고, 이스라엘군 국내선전사령부는 긴급 상황에 대비해 오늘 15일까지 각급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이스라엘 수석대변인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란의 드론 공격 사실을 설명하며 “우리는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의 참전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침공 이후 190일 만이다. 그동안 이스라엘은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 단체 헤즈볼라, 이라크와 시리아, 예멘 무장 단체 등의 산발적인 공격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란이 직접 공격을 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란 공격은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이란 영사관을 공격해 고위 간부 7명이 사망한 것이 원인이 됐다. 이란은 그동안 보복을 다짐해 왔고, 조 바이든 대통령도 전날 이란 공격이 임박했음을 언급했다.
앞서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이날 “혁명수비대(IRGC)가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에 연관된 선박을 나포했다”며 “해군 세파 특수부대(SNSF) 소속 해병대원들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상에서 ‘MSC(지중해 해운) 에리즈’ 컨테이너선 갑판에 헬기로 강하하는 작전을 통해 선박을 나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포르투갈 국적의 이 배는 에얄 오페르라는 시온주의 거물이 소유한 기업 ‘조디액’이 운영한다”며 이스라엘과 관련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조디액해운은 이스라엘 재벌 에얄 오페르가 소유한 조디액그룹의 계열사로,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다.
미국도 긴급 대응에 나섰다. 델라웨어 별장에서 휴일을 보내던 바이든 미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 백악관으로 긴급 복귀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도 이란의 공습을 확인하는 성명을 발표하며 “바이든 대통령은 국가안보팀으로부터 상황을 정기적으로 보고받고 있다. 이스라엘 관리들과 다른 파트너 및 동맹들과도 지속해서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안보에 대한 우리 지원은 철통같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다”며 “미국은 이스라엘 국민과 함께 이란의 이러한 위협에 맞서 이스라엘의 방어를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각각 이스라엘 차히 하네그비 국가안보보좌관,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과 통화하고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리시 수낙 영국 총리도 “이란의 무모한 공격을 가장 강력한 용어로 비난한다”며 “영국은 이스라엘 안보를 위해 이러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공습은 중동을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이 있으며, 영국은 동맹과 협력해 상황을 안정시키고 추가 확전을 막기 위해 긴급히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WSJ는 “이란은 이스라엘 공격은 양국 간의 직접적인 군사적 대결을 가져오고, 더 광범위한 지역 전쟁의 위험을 고조시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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