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총선 압승의 기세를 몰아 21대 마지막이 될 5월 임시국회에서 ‘채상병 특별검사법’ 처리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총선 참패로 여당 내부에서도 ‘채상병 특검’에 대해 찬성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지도부 역시 이를 대놓고 막기가 만만찮은 형국이어서다. 채상병 특검을 둘러싼 여야 정쟁이 뜨거워지면 막판 처리에 실낱 희망을 걸고 있는 민생 법안들이 대거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14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요구한다”며 "즉각 채상병 특검법을 수용하고 진상 규명에 협조하라”고 밝혔다. 채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해병대 채 모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국방부의 외압 행사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야당이 지난해 10월 단독 의결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후 이달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과반 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단독으로 의결 정족수(151명)를 가볍게 채울 수 있다.
민주당은 총선 성적표를 받아든 뒤 특검법 처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권 심판에 대한 민심이 확인된 만큼 명분이 충분해서다. 민주당은 여당과 임시 국회 협상에서 다음 달 2일 본회의를 열어 채상병 특검법 처리를 주장하고 있다. 5월 국회 초반에 특검법을 의결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민주당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채 상병 특검법 처리를 거듭 촉구할 방침이다.
특히 사건 당시 국방부 장관이었던 이종섭 전 호주 대사의 도피성 출국 의혹도 수사 대상에 포함할지 저울질하고 있다. 민주당은 총선 정국이 한창이던 지난달 ‘이종섭 특검법’을 당론으로 발의했고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 법안이 계류된 상태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전 대사의 해외 도피 부분도 같이 수사하도록 할 것”이라며 “방향은 정했고, 방법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대표 부재로 당이 혼란에 처한 국민의힘은 난처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단 본회의 일정을 최대한 미루는 방식으로 시간을 벌면서 채상병 특검법이 21대 국회에선 일단 폐기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전 대사 출국 논란이 총선 참패의 주요 원인인 만큼 국민의힘을 고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여당 내부에서도 채상병 특검법 찬성 주장은 속출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공개적으로 “(채상병 특검법에) 개인적으로 찬성”이라고 강조했고 서울에서 이변을 일으키며 승리해 차기 당 대표 후보까지 거론되는 김재섭 도봉갑 당선인도 채상병 특검에 찬성 의사를 표했다.
채상병 특검법이 21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회마저 블랙홀처럼 삼키면 민생 법안들은 좌초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및 유치 지역에 관한 특별법’과 ‘산업 기술의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이 막판 처리될 기회를 엿보는 상황이다. 연금 개혁도 별다른 관심을 받지 못하고 22대 국회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특검법이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윤 대통령이 향후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상황으로 몰리게 돼 총선 이후 정국도 시계 제로 상태로 빠져들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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