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의 3연임이 확실시되는 인도 총선이 19일(현지 시간) 6주간의 대장정에 들어선다. 이번 총선의 ‘관전 포인트’는 모디 총리와 집권 인도국민당(BJP)이 남부 지역의 표심을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디 정권은 북부의 강력한 힌두이즘에 기반하고 있지만 인도의 장기 경제성장과 글로벌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는 정보기술(IT) 기업과 공장이 집적한 남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인도를 중국을 대신할 첨단 제조업 기지로 만들겠다는 ‘메이크 인 인디아’ 구상을 추진하기 위해서도 남부 지역의 지지가 절실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총선을 앞둔 인도의 많은 기업가들이 모디 3기 정부가 억압적인 투자 제한 규제를 더 완화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주요 기업들이 인도의 복잡한 과세 제도와 토지 취득 규제, 엄격한 노동법, 허술한 지식재산권(IP) 규정 등에 불만을 갖고 있는데 이들 상당수가 남부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인도에서 기업 분쟁 발생 시 계약 이행 등 해결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약 4년으로 세계에서 가장 느린 수준이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 결과 BJP가 이끄는 범여당은 이번 총선에서 록사바(하원) 전체 의석(543석)의 73%(399석)를 확보하지만 남부 5개주에서는 야당 연합에 패배할 것으로 예상됐다. 2019년 총선에서도 집권당이 거둔 의석(303석) 가운데 남부 의석은 10석에 불과했으며 5개주 가운데 3곳에서는 의석을 하나도 얻지 못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남부 5개주는 인도의 전체 IT 서비스 수출의 66%, 유니콘 테크 기업의 46%를 차지한다. 이들 지역은 최근 3년간 외국인 투자의 35%가 집중됐으며 애플 공급 업체 14곳 중 11곳이 위치해 있다.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에 뛰어든 모디 총리로서는 남부의 자본과 영향력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차기 정부에서) 생산 연계형 인센티브를 비롯해 반도체·전기차 분야 등에 대한 보조금에 더 많은 자금이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인도의 기업가들은 남부에 막대한 세금을 부과해 상대적으로 빈곤한 북부에 분배하는 현행 과세 제도에 불만이 크다. FT는 소식통을 인용해 “모디 총리는 여전히 사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는 것과) 관련해 걱정이 많다”며 “과세 개혁은 매우 중요하며 보다 쉽고 예측 가능한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전통적인 힌두 우선주의를 내세워 지지 기반을 다진 BJP 내부에서 친기업적 규제 완화에 대한 이견이 큰 점은 향후 큰 장애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모디 총리가 전날 발표한 선거 공약에서도 일자리 창출, 인프라 및 제조업 활성화, 복지 프로그램 확대 등이 거론됐지만 노동 및 토지법 개혁 등은 담기지 않았다. 사미란 차크라보티 씨티 연구원은 “노동과 토지, 민영화, 외국인 투자 개방 등과 관련한 구조적 개혁 방안이 하나도 언급되지 않은 점은 실망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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