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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침체에…LH, 역대급 어닝쇼크

토지분양 연체금 1년새 3조 늘어

작년 영업익 437억 '40분의1'로

신규택지개발 사업 등 차질 우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2022년 대비 41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는 등 실적 쇼크 상태에 빠졌다. 부동산 경기 침체 여파로 LH의 최대 수익 사업인 토지 분양에서 연체 금액이 급증하면서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이에 따라 LH가 추진 중인 신규 택지 개발 사업과 3기 신도시 보상·분양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등 후폭풍이 거세게 일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LH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2023년 회계연도 결산(안)’을 의결했다. 결산안에 따르면 LH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37억 원으로 전년(1조 8128억 원) 대비 41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2009년 LH 통합 출범 이후 역대 최저 수준이다.

매출액과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29%와 64% 감소한 13조 8840억 원, 5158억 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은 2009년 금융위기 여파로 5100억 원을 기록한 2010년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부동산 경기 하락에 따른 토지 판매 분양 대금 연체 규모가 증가한 것이 직격탄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LH가 건설사나 시행사에 땅을 분양한 뒤 받지 못한 연체 금액은 지난해 말 기준 6조 9000억 원 수준으로 2022년 말(3조 9000억 원) 대비 1년 새 3조 원가량 뛰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정부와 LH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신규 택지 개발은 물론이고 3기 신도시 보상과 분양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땅 팔고 못받은 돈 7조 육박…"택지조성·주택공급 차질 불가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어닝쇼크를 기록한 것은 시행사나 건설사에 토지를 분양해놓고도 고금리 상황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기로 받지 못한 연체 대금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택지 사업은 LH의 주요 수익원이지만 연체 대금이 지난해 말 기준 7조 원에 육박해 1년 새 3조 원가량 불어난 상황이다. 여기에 비수익 사업으로 분류되는 임대주택 관리 가구 수는 매년 증가하면서 실적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건설 경기 침체로 LH의 실적이 당분간 개선되기 어려워 재무 건전성 악화는 물론 3기 신도시 등 주요 사업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5일 LH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LH의 토지 연체금 합계는 6조 9000억 원 수준에 달한다. 1년 전인 2022년 말(3조 9000억 원)보다 3조 원, 2021년 말(2조 1000억 원)보다는 무려 4조 8000억 원이나 늘었다. 올 2월 말 기준 연체 기간이 1~2년에 해당하는 금액은 약 3조 8829억 원으로 전체의 60%에 이른다. 이른바 PF 부실 우려가 본격화한 시기다.

문제는 연체 대금 규모가 당분간 감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LH의 실적 악화가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건설사나 시행사가 토지 분양 중도금을 납입해야 하는데 건설 경기가 당분간 회복되기 어려워 이들이 자금을 상환하기가 녹록지 않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H의 토지 매각 대금 연체 이율이 연 6~8% 수준으로 10%대인 PF 금리보다 낮아 PF 대출을 일으켜 사업을 진행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그냥 연체가 낫다고 판단하는 업체들이 많다”며 “지금처럼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PF 리스크가 지속될 경우 연체 대금은 더 늘어나 LH의 실적이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적 악화가 이어지면 LH의 재무 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질 수밖에 없다. LH는 공적 기관으로 3기 신도시 조성, 임대주택 사업 등을 진행해야 하는데 이익이 감소하면 결국 채권 발행 등을 통해 빚을 내서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는 1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보상이 예정된 데다 지난달 발표된 정부의 ‘건설 경기 활성화 방안’에 발맞춰 상반기 내 2조 원을 투입해 시행사·건설사들의 미착공 부지도 사들여야 한다. 지난 4·10 총선에서 야당의 승리로 ‘선 구제, 후 구상’을 골자로 하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인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외 LH도 전세사기 피해자의 보증금 반환 채권 매입 당사자가 될 수 있다. 이 경우 추가 재원 투입이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LH는 올해 채권 발행액을 당초 13조 원에서 2조 원 증가한 15조 원으로 늘렸다. 지난해 실제 발행액 8조 원 대비 7조 원가량 늘어난 수치다.

LH는 부채비율이 200%가 넘어 재무 위험 기관으로 분류되는데 채권 발행액이 늘어나면 부채비율을 줄이기 어렵고 이는 향후 LH의 자금 조달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악순환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재무 상태가 악화되면 자금 조달 금리가 높아지거나 최악의 경우 채권 발행에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LH는 이에 대해 “공적 역할 수행을 위한 채권 발행 시 사업 초반 일시적으로 부채비율이 증가할 수 있으나 사업 후반 취득 자산의 매각과 임대를 통해 회수가 가능하므로 장기적 관점에서 재무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LH가 추진하고 있는 3기 신도시나 공공주택 사업 등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택지 매각 대금을 연체하거나 계약 해지를 결정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LH는 재무 상황의 추가 악화를 막기 위해 택지 조성과 3기 신도시 등의 주택 공급 계획에 대해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도 “PF 리스크가 이어질수록 LH의 토지 매각 연체 금액은 더욱 늘어나 실적 악화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3기 신도시 조성을 위한 토지 매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LH가 실적 악화라는 복병을 만난 만큼 토지 보상 등 택지 매입 작업에 속도를 붙일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다만 LH는 계획했던 공적 사업은 계획대로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안정적인 정책 사업 수행을 위해 자산 매각, 경영 효율화 등 재정 건전화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임대주택 사업은 정부의 지원으로 추진함에 따라 정부와 협의를 거쳐 차질 없는 사업 수행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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