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도박 채무를 갚으려고 미국 프로야구(MLB) LA 다저스 소속 오타니 쇼헤이의 돈에 손을 댔다 기소된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39)가 미국 법원에 출두한 후 보석이 허용돼 풀려난 가운데, 미즈하라에 대한 MLB 영구 추방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6일(한국시간) “은행 사기 혐의로 기소된 미즈하라가 영구 추방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AP와 AFP 통신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은행 사기 혐의로 기소된 미즈하라는 로스앤젤레스 연방법원에 자진 출두했다.
판사는 미즈하라에게 도박 중독 치료를 받을 것과 어떤 형태로든 이 사건의 피해자(오타니)나 도박업자 등 증인과 접촉하지 말 것을 전제로 보석을 허용했다.
법원은 “미즈하라에게 범죄 전력이 없으며 도주의 위험도 없기 때문에 보석금 2만 5000달러(약 3500만 원)를 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미즈하라는 기소된 사건 내용과 보석 조건을 이해했는지 묻는 판사의 말에 “네(yes)”라고 답했다. 미즈하라의 기소 인부 심리는 다음 달 9일로 정해졌다.
미즈하라는 자신의 스포츠 도박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오타니의 은행 계좌에서 1600만 달러(약 221억 6000만 원) 이상을 빼돌리고 오타니의 계좌에 접근하기 위해 은행 측에 거짓말을 한 혐의로 캘리포니아 연방 검찰에 기소됐다.
당초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도박 빚을 갚아줬다”고 진술했으나 오타니 측이 이를 부정하면서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사건 초기에는 오타니 본인 계좌에서 450만 달러 이상의 큰돈이 없어졌는데 모를 수 있냐는 합리적 의심을 받았다.
이후 공개된 36페이지에 달하는 검찰 기소장에서는 오타니 계좌에 대한 중요한 사실들이 공개됐다. 미즈하라는 오타니 계좌와 관련된 송금이나 이체 등 사전 통지는 미즈하라의 이메일이나 휴대폰을 통해 이뤄지도록 했다. 또 경찰은 미즈하라가 은행에 전화해 자신이 오타니라고 속인 녹취록도 확보했다. 에이전시(CAA)에서 오타니 계좌 일부를 관리하는 것을 오타니가 원치 않는다는 거짓말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문제가 된 은행 계좌에 오타니는 3년 동안 한 번도 로그인한 기록이 없었다.
검찰은 오타니 진술과 휴대전화 기록 9700건 등을 토대로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과 채무 변제를 알고 있었거나 관여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오타니는 이 사건의 피해자라고 결론 지었다.
미즈하라의 변호사 마이클 프리드먼은 성명을 내고 “그(미즈하라)는 오타니 씨와 다저스 구단, MLB, 그리고 그의 가족에게 사과하고 싶어 한다”며 “그는 법적 절차에 계속 협조하고 있고, 이 사건을 가능한 빨리 해결하기 위해 정부(당국)와 합의에 도달해 그가 책임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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