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금리 인하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매파 성향 발언을 하면서 16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이 한때 154.79엔까지 올랐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의 발언 직후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했고, 이에 따라 엔화 약세의 주된 요인으로 지목되는 미국과 일본 간 금리 차가 의식되면서 엔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들이는 움직임이 강해졌다.
다만 엔/달러 환율이 155엔에 근접하자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커지면서 달러 매수 흐름이 약화했다.
파월 의장은 이날 인플레이션이 2%로 낮아진다는 더 큰 확신에 이르기까지 기존 기대보다 더 오랜 기간이 걸릴 것 같다면서 기준금리를 당분간 인하하지 않고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엔/달러 환율은 올해 1월 2일만 해도 140엔대였으나, 이후 꾸준히 상승했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3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지난달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17년 만에 금리를 인상했지만, 인상 폭이 크지 않았고 단기금리를 0∼0.1%로 유도하는 저금리 정책이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엔화 가치 하락(엔저)이 지속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엔화뿐만 아니라 다른 통화도 달러 대비 가치가 떨어지는 '강달러'가 이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신문은 "유로화, 엔화, 원화가 모두 하락해 '달러 1강'이 선명해졌다"며 미국 조기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 감소, 유사시 대비 달러화 매수,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높은 원유 가격을 그 배경으로 꼽았다.
닛케이는 "그치지 않는 엔화 약세가 수입품 가격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면 국내 소비 회복이 늦춰질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엔화 약세로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에 개입할지가 주목받고 있지만, 달러 강세 상황에서 개입을 단행해도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