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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 고삐 다시 죄는 정부… 국립대 '의대증원 조정' 요청 새 변수로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등 의료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이르면 다음주에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를 출범하는 등 총선 참패 후 다시 고삐를 죄는 모습이다. 의사들이 강하게 반대했던 진료보조(PA) 간호사를 본격 양성함으로써 의사들이 맡은 업무를 일부 대신하게 해 의료공백을 메운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다만 국립대 총장들이 의대 증원 규모의 조정을 요구한 점이 사태의 새로운 변수로 대두하고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의사 집단행동 중수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 제공=보건복지부




총선 패배에도… 정부 “의료개혁, 흔들림 없이 완수할 것”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18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를 주재하며 “의료개혁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각계의 합리적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완수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끝난 후 의료개혁도 추진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전망을 불식시키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그는 앞서 지난 15일에도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4대 과제는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한 선결조건”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부는 여기서 더 나아가 19일 오후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의사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흘 만에 개최하고, 회의 후 관련 브리핑을 열 예정이다. 의료계에서 강하게 경질을 요구하고 있는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이 브리핑을 할 것으로 거론된다.

다음주 중으로는 의료개혁특위도 출범한다. 복지부 등 정부 인사는 물론 의사·간호사·약사 등 의료계 단체, 환자단체 등 20명 안팎으로 꾸려질 전망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등 의사단체들은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정부는 이와 무관하게 특위를 출범시킬 방침이다.

조규홍(오른쪽)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간호사 역량 혁신방안을 주제로 열린 의료개혁 정책토론회에서 탁영란 대한간호협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 반발 ‘PA간호사’ 확대도… “조속 법제화할 것”


정부는 의료공백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PA 간호사의 확대도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조 장관은 이날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간호사 역량 혁신방안’을 주제로 열린 의료개혁 정책토론회에서 “지금의 비상진료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이른바 PA 간호사를 조속히 법제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간호사가 임상 현장에서 전문의료인으로 성장할 수 있는 경력발전경로를 마련해 오랫동안 근무할 수 있도록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토론회에서 탁영란 대한간호협회장과 악수를 하며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담간호사'로도 불리는 PA 간호사들에 대한 전문교육을 통해 의사들의 업무 일부를 맡도록 하는 미국과 일본의 사례가 집중적으로 소개됐다. 정부는 이날부터 대한간호협회와 함께 PA 간호사 대상 시범 교육에 들어가 전문 역량을 본격적으로 키우기로 했다. 여당은 간호법 개정안을 21대 국회 회기 내 처리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간호계의 숙원이었지만 의료계의 반발 속에 지난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간호법이 마침내 제정될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정부와 간호계의 연대로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맞서는 공동 대응전선이 형성되는 모양새다.

동맹휴학 등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이 이어지는 가운데 15일 비대면으로 수업을 재개한 대구 한 의과대학 강의실이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6개 국립대 총장 “의대 정원 최대 50% 자율 축소” 건의


이런 가운데 강원대·경북대·경상국립대·충남대·충북대·제주대 등 전국 6개 국립대 총장들이 의대 증원 규모의 조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에 “2025학년도 대학 입학 전형의 경우 대학별로 자체 여건을 고려해 증원된 의과대학 정원의 50~100% 범위에서 자율적으로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 달라” 건의했다.

이들 대학이 증원된 정원의 50%로 일제히 줄여서 모집할 경우 내년 의대 정원은 4542명으로 현 정원 3058명보다 1484명 증가하게 된다. 이 요청이 받아들여지고 다른 대학도 동참할 경우 의대 증원 규모는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6개 대학 총장들의 이 같은 건의는 의정 대치가 지속되고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총장들은 “수업에 복귀하지 않는 학생이 상당수에 이르는 초유의 사태에 참담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며 “정부는 학생들이 하루빨리 배움의 공간으로 돌아와 학습권을 보장받고, 교육 현장의 갈등이 더 이상 심화되지 않도록 학생들 보호를 위해 책임을 다해주기를 건의한다”고 밝혔다.

다만 올해 이미 대입 레이스가 시작됐고, 각 대학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에 이달 말까지 대입 모집요강 변경 심의 신청을 해야 한다. 대교협 심의를 받은 뒤 다음 달 말까지는 모집요강을 발표해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확정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제안된 것이므로 복지부와 긴밀히 협의해 신속히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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