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입시에서 의대정원을 대학별로 증원된 규모의 50~100% 범위에서 자율 조정하도록 허용한데 대해 의료계는 이에 대한 수용을 거부했다. 이들은 재차 정부에 원점 재논의를 요구하며 기존 입장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해, 의대 2000명 증원으로 시작된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은 여전히 교착상태에 머물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20일 정례 회의를 개최한 후 입장문을 내 정부의 ‘의대증원 자율조정’안에 대해 “받아들일 수 없음을 명확히 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정부 발표에 대해 “현재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나름 고심의 결과라고 평가한다”면서도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도 회의 시작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어떤 생각에서 그렇게 발표됐는지 사실 잘 모르겠다. 제가 볼 때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다음주 공식 출범을 예고한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도 참여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비대위는 특위에 대해 “구성과 역할에 대한 정의가 제대로 돼 있지 못하다고 알고 있다”며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위원회가 된다면 참여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임현택 차기 의협 회장 당선인도 불참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으며, 비대위는 의사 수 추계 등은 정부와 의료계 간 ‘일대일’로 위원회를 꾸려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비대위는 현 상황을 가리켜 정부의 ‘의료농단, 입시 농단’이라고 강도 높게 비난하며 “지금 같이 협의되지 않은 밀어붙이기식으로는 의료개혁이 이뤄지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의료시스템을 회복 가능한 기간이 1주 남았다”며 “25일에는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가 수리되고 5월부터는 사직서 수리 여부에 상관없이 사직하겠다는 교수들이 늘고 있다. 의대는 5월 학사일정을 이어갈 수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 그리고 현재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의 건강을 지켜주시기 위해,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최고 책임자로서 대승적 차원에서 원점 재논의라는 결단을 내려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현재 전공의들이 정부가 내린 행정명령에 대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대전협은 이번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에 대응하기 위해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전국의대교수협의회비대위(전의비)도 전날 온라인 총회 후 정부의 내년도 의대증원 자율조정안과 관련 “원점 재검토 주장에 변함이 없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전의비는 정부의 결정에 대해 “이제까지 과학적 기반에서 최소라고 주장해오던 2000명에 대한 근거가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적절한 정부의 조치가 없으면 예정대로 25일부터 의대교수들은 사직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5일은 의대교수들이 집단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한지 만 1개월이 경과하는 날이다. 사직 의사를 밝힌 뒤 1개월이 지나면 사직의 효력이 생긴다는 민법 조항에 따라 이때부터 사직 상태가 돼 병원을 떠나는 의대 교수들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이 정부 압박용 상징적인 카드라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로 사직 상태가 돼 병원을 떠나는 의대 교수들이 얼마나 생길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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