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방 유료회원들에게 코인으로 손실을 보상해주겠다고 접근해 54억 원을 뜯어낸 신종 피싱 범죄단체가 경찰에 붙잡혔다. 조직원 전원은 2~30대였으며 이중 일부는 중고차 사기 공범으로 처벌받은 전과가 있는 이들이었다.
23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기자회견을 열고 80여명의 피해자들로부터 코인 투자금 명목으로 54억 원을 편취한 신종 피싱 범죄단체 조직원 37명을 적발, 15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 15명 중 11명은 검찰에 송치를 완료한 상태이며 나머지 4명 역시 빠른 시일 내 송치할 방침이다.
수사를 지휘한 심무송 서울청 광수단 피싱범죄수사계장(경정)은 “보통 사후적으로 범죄를 규명하는 경우가 많은 다른 보이스피싱 범죄와 달리 이번 사건은 콜센터 현장을 직접 급습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며 “고가의 시계 등 현장에서 확보한 압수물들의 가액만 수십억 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범행이 시작된 것은 지난 2022년 11월께다. A씨 등 총책 4명은 서울 강서구·인천 일대에 콜센터를 차려 지난 2015년~2022년 중고차 허위매물 사기 공범들을 주축으로 범죄 조직을 결성했다. 경찰 측은 “조직원 37명 중 12명이 중고차 사기 공범”이었다며 “가장 무거운 처벌을 받은 경우가 집행유예에 그쳤다. 과거에 사기로 쉽게 돈을 벌었던 경험을 토대로 트렌드를 쫓아 코인 사기로 갈아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범죄 대상으로 삼은 건 리딩방에서 유료 결제한 내역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우선 이들은 텔레그램에서 알게 된 소위 ‘본사’ C로부터 리딩방 유료회원 정보를 제공받았다. 그러고는 피해자들에게 연락해 코인 발행사를 사칭하며 “상장이 확정된 코인으로 유료 결제 피해액을 보상해주겠다”고 유인했다.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가짜 전자지갑에 코인을 무료로 입금해 주기도 했다.
이후에는 유명 증권사를 사칭해 피해자들에게 가짜 주주명부 등 허위 문서를 보내주면서 “무료로 보상받은 코인을 보유 중인 것을 확인했다”고 속인 뒤 “추가 물량을 확보해 주면 비싼 가격에 되사겠다”고 꼬드겼다. 마지막으로는 다시 코인 발행사를 사칭해 “코인을 싼 가격에 대량으로 추가 구매하면 상장일에 10배 이상의 고수익을 볼 수 있다”고 속여 피해금을 송금받은 뒤 잠적했다. 피해자는 80여명에 이르며 최대 피해액은 5억 3000만 원에 달한다.
해당 조직은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빠르면 한 달, 길어봤자 세 달 내 모든 범행을 마무리짓고 또 다른 콜센터를 차려 사기행각을 벌이는 행태를 반복했다. 장소를 옮길 때마다 코인의 명칭, 가짜 명함·문서의 형태를 바꿔버리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덜미를 잡히지 않기 위해 조직원들에게 매주 현금 정산을 해 주고 본인 휴대폰·신용카드 사용 금지 등 10가지 행동 지침을 준수하게끔 해 철저히 보안을 유지했다.
심 계장은 “당국으로부터 정식으로 인가받은 금융회사등 적법한 경로가 아닌 ‘리딩방’과 같은 비공식적인 방식의 투자 또는 자문에 기댈 경우 수익은커녕 자칫 범죄조직의 범행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유념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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