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치러진 솔로몬제도 총선에서 친중 성향의 머내시 소가바레 총리 소속 정당이 단독으로는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과 미국 간 패권경쟁으로 관심이 쏠렸던 인도·태평양 거점지역에서의 중국 영향력 약화 가능성이 제기된다.
23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총 50석을 놓고 지난 17일 치뤄진 솔로몬제도 총선에서 이날까지 48석이 결정됐는데 소가바레 현직 총리가 이끄는 우리당은 12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릭 호우 전 총리를 비롯해 여러 야권 인사들이 연합해 결성한 케어(CARE) 연맹은 13석을 차지했고 솔로몬제도 초대 총리의 아들인 피터 케닐로레아 주니어 의원이 이끄는 또 다른 야당 연합당인 통합당(UP)은 7석을 차지했다. 통합당은 중국과의 안보 협정을 재검토하고 대만과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카넬로레아 주니어 의원이 이끌고 있다.
이 외에 독립 인사와 군소 정당이 나머지 16석을 차지했다. 개표는 현재 진행 중이다.
인구 70만명의 솔로몬제도 선거 결과가 외부의 주목을 받는 것은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이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친중' 성향의 소가바레 총리는 지난 2022년 중국과의 양자 안보협력 기본협정을 체결하며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교두보를 마련해 줬다. 미국의 동맹국인 호주, 뉴질랜드가 '뒷마당'으로 여겨온 곳에 중국이 '군사적 터'를 마련할 수 있게 되며 솔로몬제도는 '미-중 경쟁'의 중심국 중 하나로 떠올랐다.
5선 총리에 도전하는 소가바레 총리는 2019년 4번째 총리에 올랐고, 오랫동안 외교 관계를 맺어 온 대만과 단교한 뒤 중국과 수교했다. 또 2022년에는 중국과 치안 지원은 물론 유사시 군대도 파견할 수 있는 안보 협정을 체결했다.
소가바레 총리는 연임할 경우 지금처럼 친중 정책을 더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야당에서는 중국과의 안보 협정 체결 때 국회 동의를 제대로 받지 않았다며 재검토를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소가바레 총리가 연임하길 원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야당을 응원하는 형국이다.
린젠 솔로몬제도 외교부 대변인은 최근 브리핑에서 "중국은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해 왔다"며 "솔로몬제도 국민이 스스로 길을 선택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언급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