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시민 대표단을 대상으로 개혁 방안에 대한 투표를 한 번 더 실시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이들이 최종 투표를 하기에 앞서 대안별 재정 전망에 대한 충분한 자료를 제공받지 못해 참가자들이 적절한 선택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윤석명(사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등이 참여하고 있는 연금연구회는 24일 “공론화위 활동 전반의 공정성과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1안의 설문 문구에는 ‘지속 가능성을 위해’라는 표현이 들어갔지만 2안에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5차 국민연금재정추계에 따르면 보험료를 15%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해도 재정 안정 달성이 불가능하다”며 “지속 가능성을 위해 1안을 선택한다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시민 대표단의 56%는 소득보장론인 1안(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을 선호한다고 밝혔다. 재정안정론인 2안(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40%)을 택한 비율은 42.7%였다.
연금연구회는 시민 대표단 학습 자료가 연금 재정의 현황을 이해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2안에 비해 1안이 (2093년 기준) 누적 적자를 2700조 원가량 증가시킨다는 정보와 세대별 생애 부담 보험료율 등이 학습 자료에서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기금 고갈 이후인 2070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192.6%에 달한다는 정보도 전달되지 않았다”며 “재정안정론의 근거가 되는 자료들이 일관되게 배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금 재정 상황을 알 수 있는 핵심 자료를 학습시킨 뒤 시민 대표단에 한 번 더 투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숙의 과정을 공정하게 운영했다는 평가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이날 “(1안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재정 안정을 위해 개혁을 논의한 것인데 도리어 어려움이 가속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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