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약품(271980)의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가 국산 37호 신약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다. 제일약품 창사 이래 신약 개발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체 개발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 신약 ‘자큐보정’이 식약처로부터 최종 품목 허가 승인을 받았다고 24일 밝혔다. 이 약은 위식도역류질환 등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에서 기존 양성자펌프억제제(PPI) 제제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계열 치료제다. PPI는 지난 30여 년간 위산 관련 질환 치료에 꾸준히 사용됐으나 느린 작용 시간과 불안정한 약제 상호작용, 미미한 야간 산 분비 억제 효과 등이 단점으로 꼽혔다. 특히 위산에 의한 활성화 과정이 필요해 아침 공복이나 식전에 복용해야 한다는 불편함이 문제로 지적됐다.
반면 P-CAB 신약인 자큐보정은 위산을 분비하는 펌프와 칼륨 이온 결합을 방해해 위산 분비를 경쟁적으로 차단한다. 자큐보정은 이러한 P-CAB 고유의 특성으로 위내 산성 환경에서 안정적이고 위산에 의한 활성화가 필요 없기 때문에 즉각적인 효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온코닉테라퓨틱스 관계자는 “PPI가 최대 발현 효과를 보이기까지 4~5일이 걸리는 반면 자큐보정은 복용 즉시 효과를 볼 수 있고 긴 반감기로 야간 가슴쓰림 증상에 더욱 효과적”이라며 “식사와 관계 없이 복용할 수 있어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고 말했다.
이번 허가는 국내 의료기관 28곳에서 위식도역류질환 환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3상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회사가 지난해 10월 유럽소화기학회(UEGW)에서 발표한 임상 3상 주요 데이터에 따르면 자큐보정은 8주간 투여시 치료율 97.9%를 나타냈다. 4주간 투여시 비교군보다 7.4% 높은 치료율을 보였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큐보정의 급여 등재를 거쳐 연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 영업 및 판매 유통 파트너는 관계사인 제일약품이 맡아 진행하게 된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큐보정의 추가 적응증 확대를 위한 R&D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타 제약사 제품 판매에 주로 집중했던 제일약품은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를 통해 신약 개발 기업으로 체질 개선 중이다. 지난해 3월에는 자큐보정으로 중국 리브존파마슈티컬그룹과 1억 2750만 달러(약 16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는 기술수출 성과를 내기도 했다. 2018년부터 3년간 200억 원대에 머물렀던 R&D 투자 규모는 2021년 390억 원, 2022년 487억 원, 지난해 491억 원으로 늘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항암 신약 개발에도 도전하고 있다. 이중표적항암제 신약 후보물질인 ‘네수파립’은 현재 난소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1b/2상을 진행 중이다. 이달 5~10일 미국암연구학회 연례학술대회(AACR)에서는 자궁내막암 치료에도 효과가 있었다는 비임상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중 기전을 가진 네수파립이 기존 치료제의 내성 문제 해결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김존 온코닉테라퓨틱스 대표는 “대형 제약사의 전유물과 같던 신약 허가를 온코닉테라퓨틱스와 같은 신약 개발 기업이 임상부터 최종 신약 허가까지 이루게 돼 의미 있고 영광이라 생각한다”며 “자큐보정의 우수성을 기반으로 국내외에서 국산 신약의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는 신약 연구개발(R&D) 기업으로 입지를 더 공고히 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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