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6개월 가량 앞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접전을 유지하면서 미국 동맹국들이 ‘트럼프 2.0’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미국 동맹국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를 대비해 자신들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예상을 깨고 집권했을 때 펼쳤던 ‘미역 우선주의’ 정책에 따른 피해를 막고자 사전에 대비하는 것이다.
먼저 트럼프 재임 시절 자동차 산업에 직격탄을 맞은 독일은 ‘우회 외교’를 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외교채널에 따르면 독일의 BMW는 진출한 오클라호마, 아칸소, 앨라배마 등 공화당 성향 주들에서 공화당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우회 외교를 주도하는 마이클 링크는 로이터에 “트럼프가 계획하고 있는 유럽산 상품에 대한 징벌적 관세를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약 밀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멕시코도 트럼프를 의식하고 있다. 멕시코 집권 여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트럼프 행정부 당시 자국의 외교장관을 지낸 마르첼로 에드바드를 차기 외교장관으로 발탁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트럼프와 직접 접촉한 지도자들도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는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과 전화 통화했고,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도 지난 18일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났다.
특히 폴란드 대통령과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방위비 문제를 논의했다. 두다 폴란드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 방위비 목표를 국내총생산(GDP)의 2%에서 3%로 올리자고 제안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는 내 친구”라고 치켜세웠다.
주요 동맹국인 일본도 트럼프와 직접 만나고 있다. 전날 아소 다로 전 일본 총리와 트럼프는 뉴욕에서 회동했다. 트럼프 재선 가능성이 커지자 일본에서는 ‘모시 토라(혹시 트럼프)’란 용어가 생기기도 했다. 로이터는 “일본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 당시 총리의 유명한 ‘골프’ 회동 당시 통역을 담당한 다카오 스나오를 중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반면 한국은 은밀한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통신은 "바이든 행정부와 관계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만큼, 직접적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을 접촉하기보다는 ‘은밀한 방식’으로 로비기업을 통해 트럼프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워싱턴의 로비거리에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포함해 통상 및 투자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의중을 알아보기 위한 한국인들로 들끓는다”고 상황을 묘사했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가 경제전문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의뢰로 등록 유권자 147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각 43%로 팽팽하게 여론을 양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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