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가 40년 만에 대재앙을 맞으면서 한국 스포츠도 48년 만에 불명예 기록을 남기게 됐다.
한국 축구는 23세 이하(U-23) 대표팀이 출전하는 올림픽 축구에서 2012년 런던 대회 동메달이라는 영광을 누렸지만 올여름 파리 올림픽에는 참가조차 하지 못한다. 이번 대표팀은 26일(한국 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U-23 아시안컵 8강에서 인도네시아에 덜미를 잡혔다. 연장까지 2대2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0대11로 졌다. 상위 세 팀에 올림픽 본선 티켓이 주어지는 이 대회에서 한국은 우승으로 본선행을 이루겠다고 공언했으나 약체로 여겨졌던 팀에 가로막혀 4강에도 못 가고 짐을 쌌다.
‘카타르 쇼크’다. 1988 서울 대회부터 9회 연속 올림픽에 갔을 만큼 한국 축구에 올림픽 본선은 당연한 무대였다. 이번 도전도 한일전 승리 등 조별리그까지 3전 전승으로 순조로웠다. 그러나 ‘여우’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에 전반 15분 만에 중거리 선제골을 내주면서 꼬이기 시작했다. 전반 45분 상대 자책골로 균형을 맞췄으나 불과 3분 뒤에 상대 롱 패스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실수 탓에 다시 끌려갔다. 후반 25분 이영준(김천)의 퇴장 뒤 후반 39분 정상빈(미네소타)의 동점골이 터졌으나 연장까지 결승골을 만들지 못했고 결국 12번 키커 이강희(경남)의 킥이 골키퍼에 막혀 고개를 숙였다. 이날 120분간 상대에 허용한 슈팅만 21개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 무대에 오르지 못한 것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대회 이후 40년 만이다.
2년 6개월간 팀을 이끈 황선홍 감독에 대한 책임론에 더해 황 감독에게 A대표팀 임시 감독까지 맡겼던 축구협회의 결정이 결과적으로 무리수였음이 드러난 셈이다. 후반 추가 시간 퇴장당한 황 감독 대신 기자회견장에 앉은 명재용 수석코치는 “이태석(서울)이 부상으로 뛸 수 없게 돼 수비를 스리백에서 포백으로 바꿨는데 퇴장이라는 안 좋은 상황이 생겨 좋지 못한 결과가 나왔다”며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가 합류하지 못해 어려움이 있던 것은 맞다. 대회 참가 전에 여러 루트로 차출을 약속받았는데 여러 사정으로 차출하지 못했다”고 했다.
황선홍호가 올림픽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하면서 우리나라는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48년 만에 하계올림픽 출전 선수 숫자가 200명 아래로 내려가게 됐다. 체육회는 단체 구기 종목인 남자 축구 예선이 열리기 전에도 최대 170∼180명 출전을 예상했는데 남자 축구가 탈락하면서 200명 이하로 선수 규모가 확정되는 분위기다.
단체 구기 종목의 부진이 결정적이다. 2021년 도쿄 때만 해도 6개 종목이 본선에 나갔는데 이번에는 여자 핸드볼이 유일하다. 도쿄 때 열렸던 야구는 파리 올림픽 종목에서 빠졌다.
인도네시아 A대표팀 사령탑으로 1월 아시안컵에서 16강 신화를 이루고 지난달 2026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에서 베트남에 2연승하면서 주가를 높인 신 감독은 한국전 승리로 ‘신따이용(신태용 현지 발음) 신드롬’에 기름을 부었다. 이 대회 첫 4강 진출을 이끈 신 감독은 “저와 4년을 동고동락한 선수들이 많다. 이들을 잘 파악하고 있어서 동기부여만 잘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기쁘고 행복하지만 한편으로 착잡하고 힘들다. 마지막 꿈이 있다면 한국으로 돌아가 한국 대표팀(A대표팀)에서 다시 도전해보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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