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을 위한 선거연합 정당으로 출범한 녹색정의당이 초라한 성적표 속에 해산했다. 20년 만에 ‘원외 정당’으로 전락한 정의당은 당의 기둥 역할을 해온 심상정 의원마저 정계 은퇴를 선언해 존립이 흔들리는 위기에 처했다.
녹색정의당은 27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선거연합 정당 해산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의결에 따라 녹색정의당은 총선 이전처럼 각각 정의당과 녹색당으로 되돌아갔다. 원내 6석인 정의당은 이번 총선을 앞두고 녹색당과 진보진영 선거연합 정당을 지난 2월 창당했다. 하지만 지역구와 비례대표에서 단 한 석도 얻지 못하면서 22대 국회에서 두 당 모두 원외 정당 신세가 됐다.
김민정 정의당 대변인은 “가치 중심 선거 연합 실험을 마친다”면서 “원내 진출 실패라는 뼈아픈 결과를 겸허히 받아 안고 더 많은 성찰과 반성을 하겠다. 당의 진로 모색을 위한 사활적 논의와 토론을 통해 진보 정당의 새로운 언어와 방법론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민주노동당 시절인 2004년 17대 총선에서 10석을 얻으며 처음 원내에 진입했다. ‘통합진보당 사태’ 등 위기를 겪었지만 원내 정당의 지위는 유지했다. 20대 국회에선 민주평화당과의 공동 교섭단체인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을 구성, 국회 운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해오던 노회찬 전 원내대표 타계와 비례대표 공천 파동, 당 대표의 성추문 논란 등이 이어지며 지지층 이탈이 가속화됐다. 대선 참패 이후 2022년 지방선거에선 광역·기초의원 9명 배출에 그쳐 진보당(광역·기초의원 20명)보다 못한 성적을 받았다. 특히 이번 총선에선 단 한 명의 당선인도 배출하지 못해 진보진영 원내 정당의 지위도 진보당(3석)과 기본소득당(1석)에 내주게 됐다.
정의당은 심상정 의원의 당직 사퇴로 원내대표 직무대행을 맡은 장혜영 의원을 중심으로 재기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장 의원과 함께 당내 ‘젊은 피’를 맡아온 류호정 전 의원 등이 당을 떠난 데다 선명성 경쟁에서 조국혁신당에 밀려 재건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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