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자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긴 국가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과잉생산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뒤 바로 이 같은 조치를 결정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28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제14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는 26일 제9차 회의를 열어 올 12월 1일부터 시행되는 관세법을 표결로 통과시켰다. 관세법은 중국 수출입 관세와 관련한 다양한 조항을 담고 있는데, 특히 17조는 중국이 자국과 특혜 무역협정을 체결한 시장에 대한 ‘상호주의 원칙’을 규정했다. 협정을 위반한 국가의 상품에는 동등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다. 높은 관세를 물린 국가에 대해서는 보복관세를 허용하는 것이다. 헨리 가오 싱가포르경영대 교수는 “외국이 중국을 관세로 때리면 중국도 똑같이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세법이 통과된 시점이 블링컨 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직후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끌고 있다. 블링컨 장관은 24일부터 사흘간 이뤄진 방중 기간에 중국 수뇌부에 중국의 과잉생산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전달했다. 그는 시 주석과도 직접 만났지만 별다른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블링컨 장관을 만난 시 주석은 “미국과 중국은 적이 아닌 파트너”라고 강조했으나 그가 중국을 떠나자마자 감춰둔 발톱을 드러냈다. 양타오 중국 외교부 미대양주 담당 사장(국장급)은 26일 블링컨 장관 방중 관련 기자회견에서 “과잉되는 것은 중국의 생산능력이 아니라 미국의 우려”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은 중국에 과잉생산을 빌미로 관세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재 7.5%인 중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의 관세를 25%로 세 배 이상 올리도록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권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1월 대선에서 재집권하면 중국을 적성국으로 분류해 중국산 제품에 60%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시작된 양국 간 무역 전쟁은 11월 미 대선 등과 맞물려 최근 다시 고조되는 분위기다.
미국은 중국의 저가 제품 공세로 자국의 제조업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관세 인상 방침을 고수한다. 중국도 ‘지켜보고만 있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새 관세법을 통해 예고하면서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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