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로 경영 실적이 악화한 중국의 지방은행들이 국고채 매입에 과도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연쇄 파산 경고등이 깜박거리고 있다. 이 같은 경고에도 지방은행들의 장기국채 매입이 계속될 경우 당국이 직접 개입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 시간) 중국 인민은행이 지방은행들의 과도한 국채 매입 수요에 대해 지난해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를 촉발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와 유사한 위험성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인민은행은 지방은행들이 금리 변동에 취약한 장기국채를 과도하게 매입하는 상황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는데 지난해 3월 뱅크런 사태로 파산한 미국 SVB와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BNP파리바의 분석에 따르면 올 1분기 중국 은행의 채권 순매입 규모는 총 2700억 위안(약 51조 2000억 원)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인민은행 관계자는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방은행들의 자금이 수익률이 낮은 장기채권에 묶이고 부채비용이 크게 증가하면 급격한 가격 조정으로 인해 상당한 규모의 손실이 발생하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적기에 자금을 대출해줘야 하는 지방은행들이 이를 제한함으로써 중국 경제 전체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방은행들은 수익성 악화에서 벗어나기 위해 올 1월부터 장기국채를 매입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정부 차입 비용이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 부채 급증이 가져올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BNP파리바증권의 왕주 중화권 외환 및 금리 전략책임자는 “소규모 기관일수록 만기가 더 긴 채권을 쫓는 것은 실제로 위험하다”며 “SVB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가와 반대로 움직이는 중국의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달 2.5% 아래로 내려가 20년 만에 가장 수치를 나타냈으며 10년물 국채 수익률 역시 3월 2.2%대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동부 및 중부 지방에서는 인민은행이 소규모 지방은행의 장기채권 매입 행태를 경고하고 나섰다. 첸지안헝 중국국제금융공사 채권애널리스트는 “소규모 은행들이 대형은행들에 비해 국채에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이는 중국 경제에 잠재적 위협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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