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만성적 재정난으로 '문제아' 취급을 받던 남유럽 국가들이 최근 강한 경제 회복세에 힘입어 유럽 경제 회복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스페인, 이탈리아, 포르투갈, 그리스 등 유럽 남부 국가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광산업 호조를 발판으로 유럽 경제의 회복세를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막대한 부채, 만성적 재정적자, 부실한 금융기관, 높은 실업률 등의 공통점을 지닌 이들 국가는 2010년대 초반 남유럽발 재정위기의 진원지가 되면서 유럽은 물론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아왔다. 포르투갈·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등 남유럽 4개국은 국명 머리글자를 묶어 '돼지'라는 의미를 지닌 'PIGS'로 놀림 당할 정도였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위축됐던 남유럽 국가들의 경제가 올해 들어 급속도로 회복되면서 유럽 경제 회복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 통계기구 유로스타트는 이날 유로존의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 대비 0.3%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로존은 지난해 3·4분기에 2분기 연속 -0.1%였던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하면서 기술적 경기 침체와 스태그네이션 우려를 일부 해소했다. WSJ은 유로존 1분기 성장률이 연간으로는 1.3%에 해당하는 수치로 2022년 3분기 이후 가장 높다면서, 남유럽 국가의 성장률이 북유럽 국가의 제조업 부진을 상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1분기 성장률이 각각 0.7%로 유로존에서 가장 높았고 이탈리아는 0.3%였다. 이에 비해 프랑스와 독일의 GDP 증가율은 각각 0.2%였다. 프랑스 무역보험기관 코파스(Coface)의 지난해 보고서에서도 2021∼2023년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포르투갈 등 4개국이 유럽연합(EU) 연간 경제성장의 4분의 1에서 2분의 1가량을 담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유럽 국가들의 이러한 성장세의 원동력은 관광업 회복이 1순위로 꼽힌다. 관광산업은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포르투갈 경제의 약 10%를 차지한다. 관광산업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전 세계적으로 크게 위축됐다가 지난해부터 회복되는 추세지만 남유럽은 해외 관광객 유입이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한 몇 안 되는 지역이다.
리서치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잭 앨런 레이놀즈 연구원은 "스페인의 강력한 성장세는 전적으로 견조한 관광산업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유럽 지역의 관광업 호황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진정되며 가계 소비력이 높아지고 에너지비용이 낮아질 경우 올해 하반기에 이 지역의 경제 회복세는 더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니크레딧의 이코노미스트 안드레아스 리스는 "우리는 견조한 노동시장과 비교적 강한 임금 인상, 지난해 대비 낮은 인플레이션의 조합이 향후 몇분기 동안 소비지출의 완만한 회복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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