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외교가에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넥타이 외교’가 화제다. 신 장관은 취임 이후 국방·방산 외교 현장에서 상대국 국기 이미지를 형상화한 맞춤형 넥타이를 착용해 방문국 정부는 물론 군 당국자들에게 크게 환영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국을 배려한다는 명분이지 K방산을 널리 알리기 위해 신 장관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몸소 실천하면서 가는 곳마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미담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당장 한국·호주 국방‧외교 2+2 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4월 28일부터 5월 3일까지 5박 6일 간 호주를 방문할 때 상대국인 호주의 국기를 형상화한 ‘호주 맞춤형 넥타이’를 착용하고 주요 회의를 참석해 현지 언론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다. 앤소니 노먼 알바니지 호주 총리를 예방했을 때 동행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차별화되면서 외교부 센스가 더 돋보였다는 평가도 받았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신 장관의 넥타이를 본 알바니지 총리는 “(타이를 맨 모습이) 너무나 보기 좋다”라며 큰 관심을 표명했다고 한다. 신 장관이 착용한 넥타이는 호주 국기를 형상화해 디자인했다. 호주 국기 바탕색과 같은 파란색 넥타이에는 호주 국기에서 볼 수 있는 남십자성과 함께 한-호주 국기 문양이 나란히 새겨져 있다.
신 장관은 또 호주 질롱에 위치한 호주형 자주포(AS-9) 및 레드백 장갑차 생산공장 ‘H-ACE’를 방문할 때도 이 넥타이를 착용했고, 일정을 함께한 리차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장관 역시 큰 호감을 표시했다. 기념 촬영을 할 때 리차드 말스 호주 부총리는 감사의 의미로 똑 같은 넥타이를 맸다고 한다.
이에 신 장관은 미리 선물로 준비해 간 넥타이를 호주 측에 전하며 외교·국방 장관회의에서 양측 국방부 참석자들이 '연대와 결속(tie)'의 듯을 담아 모두 같은 넥타이를 매는 것을 제안했다. 말즈 부총리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실제 외교·국방 장관회의에 참석한 한·호주 국방부 측 관계관들은 모두 ‘호주 넥타이’를 착용했다. 현지 언론들도 “양국의 관심과 세밀한 준비가 놀랍다”라는 반응을 보이며 크게 보도했다.
신 장관의 넥타이 외교는 ‘시그니처’로 통한다. 신 장관은 국방 협력 강화를 위해 주요 우방국 인사를 만날 때 그 나라 국기가 새겨진 넥타이를 즐겨 매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신 장관이 취임 후 맞춤형 제작 넥타이를 처음으로 착용한 것은 지난해 11월 13일 제55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부터다. 당시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만난 신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버건디색의 ‘혈맹 타이’를 나란히 착용한 모습이 알려지면서 한미 언론들의 관심을 모았다.
신 장관의 넥타이 외교는 K방산 수출에도 크게 일조하고 있다. 신 장관은 지난 4월 2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를 방문한 파베우 베이다 폴란드 국방차관을 만나 한국-폴란드 간 국방・방산협력 강화방안을 논의할 때도 여지 없이 폴란드 국기를 형상화한 넥타이를 착용해 폴란드 군 당국자들의 호감을 샀다.
신 장관은 이 자리에서 폴란드 국기에 담긴 빨간색과 하얀색을 활용한 넥타이를 메고, 폴란드가 중동부 유럽 지역의 중요한 파트너로서 양국이 원전·자동차 부품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지속해 왔다고 강조하며 “한국 무기체계가 폴란드 국가방위의 주력이 될 수 있도록 지속 지원하겠다”고 K방산 세일즈에도 적극 나섰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곧이어 우려와 달리 지난해 10월 총선을 계기로 들어선 폴란드 새 정부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2조원대 다연장 로켓 ‘천무’ 추가 구매 계약을 맺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16억4400만달러(약 2조2526억원) 상당의 천무 72대 2차 실행계약을 체결했다. 전 정부 시절 천무 218대 구매하는 1차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추가로 72대를 도입하는 계약에 서명한 것이다.
신 장관은 올해 2월에도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 3개국 공식 방문에 나서면서 방문국의 ‘국기’ 이미지를 넣어 특별 제작한 맞춤형 넥타이를 매고 공식 행사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국방부가 언론에 제공한 사진을 보면 신 장관은 UAE 국방부에서 모하메드 빈 무바라크 알 마즈루이 국방특임장관과 회담 등 공식 행사를 할 때 UAE 국기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넥타이를 맸다. 신 장관의 넥타이는 빨간색 바탕에 녹색, 흰색, 검은색 줄무늬가 그려져 있고, 상단부와 하단부에는 태극기와 UAE 국기를 작게 새겼다.
UAE 국기는 왼쪽에 세로로 빨간색,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녹색, 흰색, 검은색의 줄무늬가 차례로 그려져 있다.
현지 반응도 뜨거웠다. 신 장관과 한국 측 수행원들이 맨 넥타이를 본 알 마즈루이 국방특임장관은 “보기 좋다”며 자신도 그 넥타이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신 장관은 즉석에서 “넥타이에는 타이(tie) 즉 연대와 결속이라는 의미도 있다”며 “한국과 UAE가 ‘끊을 수 없는 형제’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고, 이를 들은 알 마즈루이 국방특임장관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고 한다.
신 장관은 K방산을 위한 ‘넥타이 외교’는 일회성이 아니다. 국방부를 책임지는 주무장관으로의 군에 대한 리더십에서도 넥타이를 활용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신 장관은 육·해·공군 및 해병대를 상징하는 넥타이도 별도로 만들었다. 각 군 행사에 참석할 때 이를 착용해 ‘넥타이 리더십’으로 군의 사기를 높이고 있는 건 관가에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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