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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제국군대 부활 노린다…헌법 개정해 자위대 ‘정식 군대’로[이현호 기자의 밀리터리!톡]

미국, 日의 반격능력 보유 등에 공감대

미일 연합작전 통해 해외 軍작전 수행

英·伊와 6세대 전투기 개발도 추진 中

일본 육상자위대가 홋카이도 미나미 에니와 캠프에서 열린 연례 훈련 중 ‘90식 전차’가 목표물을 향해 포격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육상자위대 한 부대가 최근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대동아전쟁’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논란이 되고 있다. 대동아전쟁은 일본이 식민 지배한 아시아권을 하나로 묶는 대일본제국이 서구 열강에 맞서 싸운다는 의미가 담긴 침략전쟁을 미화한 선전 용어다. 일본의 패전 후 연합군최고사령부는 공문서에서 대동아전쟁이라는 표현을 금지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용어도 ‘제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전쟁’이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육상자위대 제32보통과 연대가 엑스(옛 트위터)에 “32연대 대원이 대동아전쟁 최대 격전지인 이오지마에서 개최된 일미 이오지마 전몰자 합동 위령추도식에 참가했다”는 공지를 알리면서 이 용어를 썼다. 일본의 재무장화 움직임이 일본 우익을 중심으로 빨라지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군대 조직인 자위대도 우경화되는 모습이다. 이 때문에 자위대를 정식 군대화 하려는 일본 우익 정치권의 의도가 자위대 내부도 동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5월에 해상자위대 사령관과 간부후보생 졸업생 160여 명이 원양 연수에 앞서 2차대전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집단 참배한 사실이 올해 초에 알려지면서 일본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크게 논란을 빚었다.

기시다 총리 “총재 임기까지 헌법 개정”


“자위대 역할은 점점 커지고 있다. 헌법에 명기해 자위대 위헌론에 종지부를 찍겠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5월 3일 일본 헌법기념일을 맞아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또 다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기시다 총리는 “(9월 자민당 총재 임기까지 헌법을 개정하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화가 없다”며 “국민 생명과 생활을 지킨다는 정부의 가장 중요한 책무를 다하는 데 있어서 불가결한 존재가 자위대”라며 개헌 의지를 다시 밝힌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또 도쿄에서 열린 개헌 관련 집회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서도 “시대에 맞지 않는 부분, 부족한 부분은 과감하게 재검토해야 한다”며 개헌 필요성을 재차 주장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평화헌법’으로 불리는 일본 헌법은 1945년 패전 이후 연합국최고사령부(GHQ)가 만든 이른바 ‘맥아더 초안’에 일본 정부 뜻을 일부 반영한 절충안이다. 1947년 5월 3일 시행돼 올해 77주년을 맞기까지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았다. 평화헌법의 핵심은 자위대는 방어 차원의 조직이지 정식 군대가 아니며, 일본은 공격과 침략을 위한 군 조직을 만들 수 없다는 합의다.

일본 우익이 주장하는 개헌의 핵심은 바로 이를 명시한 헌법 9조다. 9조 제1항은 분쟁 해결 수단으로서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제2항은 육·해·공군 전력 보유 및 국가의 교전권을 부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 개정을 통해 실질적인 군대인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 JS 아케보노가 지난 4월 7일(현지시간) 남중국해에서 미국과 호주, 필리핀 해·공군과 합동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헌법 9조 개정에 대한 일본 내 여론도 우호적이지는 않다. 보수성향인 요미우리신문이 지난 3∼4월 3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9조 1항은 ‘개정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률이 75%에 달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위대의 정식 군대로 변모하는 것을 일본 국민이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군 전력 보유를 부인한 9조 2항에 대해선 ‘개정 필요성이 있다’는 응답률이 53%로 ‘없다’(43%) 보다 높았다. 또 ‘헌법을 개정하는 게 좋다’는 견해를 묻는 답변도 63%로 작년 조사 때의 61%보다 높아졌다.

일본이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하는 것이 맞다고 보지만, 실질적인 군대인 자위대의 육·해·공군 전력 보유 및 국가의 교전권을 부인하는 내용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게 일본 국민의 의식인 셈이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는 중국의 군비 증강 등 안보 환경 변화에 대해 일본 국민의 위기 의식이 커지고 이를 대비하기 위한 군사력 증강을 지지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일본은 2016년 시행된 안보관련법을 통해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는 명백한 위험’이라고 볼 수 있는 ‘존립위기사태’라는 판단이 내려지면, 한정적 ‘집단적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이를 통해 일본이 직접 침공을 받은 것이 아니라도 자국민에게 명확한 위험이 미친다고 판단되면 다른 나라와 함께 반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다.

게다가 일본은 내년 3월 전까지 육상자위대와 해상자위대, 공중자위대를 통합해서 지휘하는 통합작전사령부를 창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자위대의 정식 군대도 물밑에서 속도를 내고 있다.

日 아시아 안보·경제 중심국 복귀 노려




일본이 자위대를 정식 군대로 개편되는 움직임에는 국제적 정서상 러시아와 중국, 북한의 동맹이 더욱 긴밀해지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를 강화해야 하는 미국과 재무장 기반을 확보해 아시아의 안보·경제적 중심국가로 복귀하려는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급속도로 진전되고 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사실상 미국의 물밑 지지가 있는 것이다. 지난 4월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미·일 양국은 지휘·통제체계 개편으로 공동 무기 개발·생산에 나서는 등 군사 협력을 대폭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이 때문에 일본의 방위산업 확대에 미국이 힘을 실어주면서, 일본이 ‘전범 국가’의 멍에에서 벗어나 ‘전쟁 가능한 국가’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발 더 나아가 양국의 군사동맹도 업그레이드 될 전망이다. 양국 정상은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 방침과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 신설에 공감하고 유사시 미군과 일본 자위대의 상호운용성 강화를 위한 지휘·통제체계를 개편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양국은 현재 하와이에 주둔 중인 미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에 합동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주일 미군에 미·일 연합사령부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존 아퀼리노 미국 인도태평양사령관은 일본 도쿄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자위대와 주일 미군의 지휘·통제체계 재편에 대해 “(안보 측면에서) 통합을 진행하는 것은 올바른 길”이라며 “빨리 진행시키고 싶다”고 밝혔다. 이에 일각에선 그동안 평화헌법에 의해 자국 방어만 가능했던 일본 자위대는 미·일 연합작전을 통해 타국을 향한 군사작전에도 투입될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고 주장한다.

지난 1월 18일 미군 B-1 폭격기 2대가 일본 항공자위대 F-15전투기들과 연합 훈련하는 모습. 사진 제공=미 태평양 공군사령부


더욱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일본이 미국하고만 안보 협력 강화를 추진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은 궁극적으로 ‘보통국가화’를 통한 방산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하기 때문에 유럽국가와의 협력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은 2030년대 실전 배치를 목표로 영국·이탈리아와 F-35보다 우수한 6세대 전투기 개발을 진행 중이다. 훈련기 개발 및 조종사 훈련은 주일 미군과 해상자위대의 협력을 통해 강화하고, 전투기는 유럽과 함께 만들어 장기적으로 무기 수출까지 노리겠다는 의도다.

이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사실상 무기 수출을 금지해왔지만, 아베 신조 내각 당시 2014년 방위 장비 이전 3원칙을 제정하고 파괴 무기를 제외한 방위 장비 수출을 일부 허용하며 기초를 다진 덕분이다. 이후 기시다 내각은 지난 3월 해당 원칙을 재개정해 차세대 전투기 수출을 허용하고, 무기를 라이선스 보유국에서 제3국으로 이전하는 것도 허용한다는 방침까지 결정했다.

이 덕분에 일본은 자국에서 생산하던 패트리엇 지대공 미사일을 미국에 수출했고, 해당 미사일은 우크라이나에 우회 지원되기도 했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협력하에 가와사키 중공업 등 세계 100위권에 들어있는 일본 6개 방산기업이 급성장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J-방산의 습격’이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은 이 같은 이유다.

세계 방산시장에 ‘J-방산의 습격’ 시작


일본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핵심적인 군사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발걸음도 병행하고 있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오커스(AUKUS, 미·영·호주 3자 안보 동맹)’에 일본이 합류하기 위한 협의를 공식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한 오커스가 일본이 참여하는 ‘조커스(JAUKUS·Japan+AUKUS)’로 변모해 포위망을 넓힌다는 것이다.

오커스는 호주에 원자력 잠수함을 제공하는 ‘필러 1’과 양자컴퓨팅, 해저, 극초음속, 인공지능, 사이버 안보 등 8개 분야를 협력국과 공동 개발하는 ‘필러 2’를 추진하고 있다.

미 국무부는 오커스에 향후 일본 외에 한국·캐나다·뉴질랜드 등으로 오커스 협력국 확대를 올해 안에 추진할 계획도 밝혔다. 보니 젱킨스 미 국무부 군축·국제안보차관은 오커스의 ‘필러 2’ 계획과 관련해 “일본이 첫 번째 협의 대상”이라며 “시한을 정하지는 않았지만 올해 안에 몇 가지 진전을 이룰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에 기존 ‘쿼드(미·일·호주·인도 4자 안보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일본은 최우선으로 오커스에 참여시키려 하는 것이다. 일본 역시 자위대의 군사력 증강과 해외에서의 군사작전 수행 기반을 마련하려는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오커스에 참여하기 위해 외교적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만약 일본이 오커스에 참여한다면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서 핵심적인 국가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한국을 견제하는 일본은 한국의 오커스 참여를 지지하지는 않고 있지만, 미국의 의지가 강력한 것은 물론 북한의 도발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이 대두된 만큼 한국 합류에 반대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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