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브라질·멕시코 등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섰던 중남미 신흥국들은 금리 인하에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최근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리면서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브라질 중앙은행은 8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를 개최한다. 현재 브라질의 기준금리는 10.75%로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에 나설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멕시코도 9일 현행 11%인 기준금리를 인하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중남미 최대 경제권으로 불리는 이들 국가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신속하게 금리 인상에 나섰다. 실제 브라질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첫 금리 인상 시기가 2021년 3월이다. 멕시코 역시 2021년 6월부터 4%대였던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시점이 2022년 3월인 점과 비교하면 1년 가까이 빠르게 대응한 것이다. 물가 상승 압력을 낮추고 재정 건전성이 부실한 중남미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에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면서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당분간 행보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브라질 이코노미스트인 알렉산드레 슈왈츠만은 “당초 올해 기준금리는 9%로 떨어지고 내년에 몇 차례 더 인하해 8.5%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면서 “하지만 최근 상황을 반영했을 때 올해 말 기준금리는 10%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전망은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당초 시장에서는 연준이 늦어도 6월께 금리를 내릴 것으로 봤다. 하지만 미국에서 물가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으면서 연준의 결단 시기가 점차 늦어지는 양상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9월 또는 11월을 금리 인하 시점으로 예상한다. 이런 상황에서 신흥국이 계속해서 금리를 내리게 될 경우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외국인투자가 입장에서 미국과 신흥국 간 금리 차가 크지 않다면 굳이 신흥국에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자국의 화폐가치가 떨어지면 다시 물가가 올라 인플레이션 억제 노력이 물거품되는 상황도 신흥국 중앙은행들의 고민을 키우는 요인이다.
다만 신흥국들이 금리 결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할 경우 경기 위축 우려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WSJ는 “신흥국 중앙은행은 선진국보다 훨씬 일찍 높은 수준의 금리 인상을 단행해 물가 상승을 억제했다”면서 “고금리를 유지하기로 한 연준의 결정이 이어질 경우 신흥국 경제가 위축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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