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를 팔아 모은 돈으로 어려운 가정의 아이를 위한 선물을 준비해 몰래 전달한 세 아이 부부의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
7일 부산 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에 따르면 전날 오전 11시10분께 지구대 앞으로 큰 종이 상자를 든 여성이 다가왔다. 이 여성은 지구대 4~5m가량 떨어진 인도 바닥에 상자를 내려 두고 도망치듯 몸을 숨겼다.
휴일 근무 중이던 직원들은 곧바로 상자를 열어봤고,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박스 안에는 ‘어려운 아이 가정에 전달되었음 합니다’라고 적힌 편지 봉투와 함께 옷과 과자, 라면, 빛바랜 1000원짜리 지폐 30장이 들어있었다. 편지는 박스를 두고 간 여성의 남편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됐다.
자신을 세 아이 아빠라고 소개한 편지 작성자는 “첫째가 장애 3급, 저희는 수급자 가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폐지 팔아 모은 돈으로 옷이랑 과자 현금 얼마 안 되지만 최대한 모은다고 한 달 동안 땀 흘리며 노력했는데 능력이 여기까지라 옷 사고 과자 사고 하니 현금은 3만 원 정도 밖에 못 담았다”고 했다.
이어 “적은 금액이지만 받아주시고 많이 못 해 미안하다”며 “어린이날 어려운 아이 가정에 전달돼 피자라도 사 먹었으면 한다”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직원은 박스를 두고 간 여성이 지난해 부산 동구에서 발생한 화재 때 다친 경찰관과 소방관을 위해 써달라고 폐지를 팔아 모은 돈 4만5000원을 덕천지구대에 두고 간 사람과 동일 인물임을 확인했다. 당시 여성은 ‘세 아이 아빠 올림’이라 적힌 편지 1통과 빛바랜 1000원짜리 지폐, 500원짜리 동전들로 4만5000원을 채웠다.
지구대 관계자는 “이분이 주민센터에 박스를 가져다주려고 했는데 휴일이라 지구대로 가져온 것 같다”며 “천사같은 마음에 휴일 동안 근무하는 직원들이 큰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과자 박스가 어려운 아동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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