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 약세로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한정된 (여행) 시간에 최대한 많이 경험하고 싶다’는 수요를 겨냥한 ‘무(無) 대기 유료 입장’이 확산하고 있다. 일정 금액을 추가로 내면 줄 안 서고 식당이나 테마파크 놀이기구에 입장·탑승할 수 있는 서비스다.
8일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도쿄도의 IT 벤처기업 ‘테이블체크’는 올 2월부터 음식점을 이용하려는 손님이 사전에 수수료를 내고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입장할 수 있는 일명 ‘패스트 패스’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시부야의 한 라멘 가게의 경우 전체 가용 좌석의 절반을 이 서비스를 적용해 운영 중이며 이용객의 약 50%가 외국인 여행자다. 인터넷으로 방문 시간과 인원 수를 예약하면 1인당 390엔(약 3400원)의 수수료가 결제된다. 비용이 발생하지만, 여행 기간이 한정된 관광객 입장에서는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충분히 지불할만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캐나다에서 온 한 남자 관광객은 “큰 금액이 아니고, 빨리 가게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테이블체크에 따르면, 현재 이 회사의 패스트 패스를 도입한 점포는 약 15곳이다. 그러나 엔저를 이유로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대기 시간 없이 음식을 즐기고 싶다는 수요가 늘면서 연내 적용 업체를 300곳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다니구치 유 테이블체크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있어서 시간 비용은 매우 크고, 가고 싶어하는 점포에 확실히 들어갈 수 있는 요구는 매우 강하다”고 말했다.
음식점 뿐만이 아니다. 일본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중 한 곳인 디즈니리조트도 ‘정해진 시간에 더 많이 즐기자’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유료 패스를 확대한다. 도쿄 디즈니씨는 오는 6월 6일 ‘겨울왕국’, ‘라푼젤’, ‘피터팬’ 등을 주제로 4개의 놀이기구가 추가된 구역을 공개하면서 전 구역에서 대기 없이 놀이기구에 탑승할 수 있는 새 티켓을 판매한다. 디즈니씨가 이번에 공개하는 새 구역은 10만㎡ 규모에 총 3200억엔(약 2조8000억원)이 투입됐다. 면적과 투자액 모두 디즈니씨 개장 이래 최대다. 지난해 10월 입장권을 한 차례 인상한 디즈니씨는 6월 부지 내 새 호텔 개장과 맞물려 새로운 가격 전략을 또 내놓았다. 새 호텔 투숙객에 한해 전 구역 놀이기구를 원하는 시간에, 줄 서지 않고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을 선보인 것이다. 기존에는 1일권(입장권) 보유자가 대기 시간을 줄여 기구에 탑승하기 위해 놀이기구마다 유료(DPA·디즈니 프리미어 액세스)나 무료(PP·디즈니 40주년 프라이어리티 패스)의 시간 지정 우선 입장권을 선착순 구매해야 했다. 새 티켓의 가격은 2만2900~2만5900엔(약 20만~23만원)으로 일반 성인 1일권의 3배 금액이다. 호텔의 경우 디럭스는 1박당 6만6000엔부터, 최고급인 럭셔리는 34만1000엔부터 가격을 매긴다.
앞서 디즈니리조트는 지난해 10월 입장권 가격을 인상했지만, 방일 외국인 증가 속에 입장객 수는 증가 추세다. 올해 입장객 수 전망치는 2900만 명, 객단가는 1만7470엔으로 모두 지난해 대비 5%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 온 방문객은 약 400만 명으로 입장객의 약 14%를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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