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성장하는 동안 늙지 않습니다. 저는 아흔이 되어도 늙었다는 생각을 안 하고 일 많이 하는 사람이 제일 잘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로 105세가 된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가 한 세기를 거쳐 쌓은 인생론을 담은 신간 ‘김형석, 백년의 지혜’를 통해 독자들에게 늙었다는 생각에 빠지지 말고 끝까지 공부하고 성장할 것을 강조했다.
9일 김 교수는 서울 광화문 달개비에서 진행된 신간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돌아보면 인생에서 제일 좋은 나이가 65~75세였다”며 “은퇴 후 10년 간 가장 많이 공부하고 글도 많이 썼다”고 밝혔다. 결국 늙었다는 생각에 빠지지 않고 끝까지 집중력을 가진 게 늙지 않는 지혜가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그는 1984년 정년 퇴임을 앞두고 후배 교수들과 진행한 송별 파티에서 이 같은 말을 남겼다. “내 인생 이제 새출발 합니다. 내일부터 사회로 나가 일하는데 많이 도와주세요.” 당시만 해도 은퇴 후 2막은 생소한 이야기였다. 그는 “은퇴 다음날부터 공부도 많이 하고 일도 많이 했다”며 “철학 분야에서 네 권의 저작을 써야겠다고 결심했는데 이 중 세 권을 은퇴 후 10년 동안 썼다”고 전했다. 후배 세대에게는 계속 해서 공부하고 성장할 것과 더불어 가능하면 감정을 젊게 가질 것을 당부했다.
특히 나이 들었다는 생각에 얽매이지 말고 젊은 세대와 소통할 것을 조언한다. 인생론도 이 같은 차원에서 펴내게 됐다. 김 교수는 “살아보니 내게 남아있는 기억이라면 그것이 무엇이든 청춘에게 남겨줘야 한다는 생각으로 썼다”며 “고(故)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가 ‘장수 클럽’을 만들어서 초대했었는데 한 번만 가고 안 갔지만 젊은 이들과 소통할 때는 내가 젊어지고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날 우리 사회의 교육과 정치에 대해 아쉬움도 토해냈다. 그는 “교육부 장관이 된다면 수능을 없애고 장학금 제도를 대폭 늘릴 것”이라며 “젊은이들이 수능에 인생을 낭비하며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고 사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사회에 필요한 지도자들의 덕목에 대해서는 ‘국제적 감각’을 언급하며 “386, 586 운동권 세력이 강단에서의 모든 시절을 통틀어 제일 공부를 안 해 안타까움이 있다”며 “국제적 감각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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