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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째 ‘왕성한 현역’ 이현세 만화가의 비결은

종이만화에서 웹툰·AI프로젝트까지 끊임없이 도전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서 ‘K웹툰 전설의 시작 특별전’ 개최

“웹툰 발전을 위해 작가주의에 대한 적극적 지원 필요”

만화가 이현세 작가가 9일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이현세의 길: K웹툰 전설의 시작 특별전’ 행사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10일부터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 특별 전시장에서 열리는 ‘이현세의 길: K웹툰 전설의 시작’ 특별전을 앞두고 주인공인 이현세 작가(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석좌교수)를 9일 만났다.

만 68세(1956년생)이라는 나이가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청춘을 구가하고 있었다. 여전히 만화를 그리고, 또 학생들에게 만화를 가르치고 있다. 다만 방법들이 데뷔한 50년 전과 달라졌을 뿐이다.

그는 “유행도 따라갈 필요가 있어요. 지금 AI(인공지능)이 이현세 화풍을 학습해서 만화를 그려내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올 연말이면 결과가 나옵니다. 다만 시간이 더 걸렸으면 좋겠네요. AI가 너무 빨리 (인간의 기술을) 따라오는 게 약간 화가 나기도 하거든요”라며 웃었다.

이 작가는 현재 재담미디어, 세종대 등과 함께 생성형 AI에 자기 작품을 학습시키고, 기존 작품 리메이크와 오마주, 오리지널 작품 제작까지 다양한 결과물을 만드는 이른바 ‘이현세 AI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이현세 풍의 AI 예술가 로봇이 ‘이현세의 길: K웹툰 전설의 시작 특별전’에서 관람객의 초상화를 그리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특별전에도 이 프로젝트와 관련해 AI 라이브 드로잉 체험 공간이 마련됐다. 이현세와 유사한 얼굴을 한 로봇이 마주한 관객의 얼굴을 찍고 분석한 뒤, 이와 연결된 펜을 쥔 로봇 손이 직접 이를 이현세 스타일로 캐리커처를 그려 나간다. 그림 작업에 약 2분 정도가 소요된다.

일부에서와는 달리 이처럼 이 작가는 AI에 호의적이다. AI 사용을 피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는 “AI로 인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은 수천 명의 보조작가를 갖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신 AI의 역할과 사람의 역할은 선명하게 나뉜다. ‘어떤 이야기를 할까’, ‘어떻게 꾸밀까’ 등의 사고와 질문은 온전히 인간 작가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만화 시나리오 작업에 AI를 활용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저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다만 협업하는 작가가 이를 사용하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쪽 일이니”라고 말하기도 했다.

‘공포의 외인구단’ 등을 통해 ‘까치’와 ‘엄지’, ‘마동탁’이라는 불멸의 캐릭터를 만들어낸 이현세 작가의 작가의 작업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웹툰을 그리는 것과 함께 AI 프로젝트까지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이 작가는 “기본적으로 호기심이 있다”며 “‘이건 뭐지, 왜지’ 같은 질문을 계속하고 있단다.

최근에는 영화감독 곽경택과 함께 하나의 시나리오로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영상과 웹툰을 동시에 만드는 새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는 ”짝퉁은 누가 만들고, 유통은 어떻게 하는지 등이 궁금했는데 이를 다룬 ‘명품시대’라는 제목의 웹툰을 만들게 됐다“며 ”제가 하는 작업은 거의 끝났고, 제작사 레드아이스에서 채색과 후반 작업을 맡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명품시대’ 다음에는 ‘블루엔젤’을 다시 리부트할 생각이라며 끊임없이 새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도 했다.

‘이현세의 길: K웹툰 전설의 시작 특별전’에서 참석자가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까치와 엄지를 주인공으로 한 ‘공포의 외인구단’ 원판이 보인다. 연합뉴스


불멸의 주인공인 ‘까치’ 캐릭터는 작가에게 독특한 대상이기도 한다. 다른 작가들은 특정한 장르에서 작업하지만 자신은 모든 장르를 망라한다고 한다. 그는 대신 장르는 다르지만 주인공은 같은 데 바로 ‘까치 스타일’이다.

이 작가는 ”까치, 엄지, 마동탁 등 약 30명의 캐릭터를 배우처럼 두고 새로운 작품에 늘 캐스팅해왔다“며 ”제가 만든 캐릭터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까치가 없으면 이현세 만화가 아니다’라고 하니 제가 만들었지만, 이길 수 없는 존재가 돼버렸다. 희한하고 화도 나지만, 행복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처음에는 웹툰을 하지 않고 출판 작가로 남으려고 했다. 하지만 어쩌겠나. 시장이 웹툰에 있는 데…”라고 설명했다. 이 작가가 그린 첫 웹툰은 2014년 나온 ‘코리안 조’다. 웹툰 작가 이현세도 이미 11년차인 셈이다.

대신 이왕 커지고 있는 웹툰 산업, 종주국으로 커지고 있는 한국의 주도권을 위해 업계와 정부의 역할을 당부했다. 그는 “만화에는 상업주의와 작가주의 모두 중요하다.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성향도 섞여 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상업주의 작품이 많아지면서 독자들이 질리고, 그러다가 콘텐츠 자체가 죽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작가주의 작품에서 상업작가들도 영감을 받을 수 있다. 결국 앞으로 한국 웹툰의 미래는 큰 플랫폼이나 정부에서 작가주의 성향 작가에게 투자를 얼마나 하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이번 특별전은 국립중앙도서관이 이현세 디지털 컬렉션을 최초로 구축한 것을 계기로 열렸다. 이 작가는 “이런 기획전이 진행되는 것은 저 자신에게 영광이다. 연락이 왔을때 두말 않고 ‘하겠다’고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이현세의 길: K웹툰 전설의 시작 특별전’ 모습. 사진 제공=국립중앙도서관


이번 전시에는 1974년 만화계 입문부터 AI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현재까지의 이현세 작가의 여정이 올곧이 담겼다. ‘공포의 외인구단’ 원화 120여점과 작가의 화판, 서재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7월 31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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