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신호 좌회전 진입 교통사고에 대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모두 뒤집고 운전자의 과실을 인정하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이에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시민들 사이에서 혼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에 환송했다.
지난 2021년 A 씨는 61.51km로 운전하던 중 신호가 좌회전 신호에서 황색신호로 바뀌었고, 당시 진행 방향 좌측에서 우측으로 직진하고 있던 피해자 B씨(당시 17세)의 오토바이를 들이받았다. B씨의 오토바이 뒷 좌석엔 피해자 C씨도 탑승 중이었는데, 이들은 모두 헷멧을 쓰고 있지 않았다.
1심과 2심 모두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제한속도를 지켰더라도 정지거리를 생각하면 충돌은 불가피했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교차로 진입 전 교차로 신호가 황색의 등화로 바뀐 이상 차량의 정지거리가 정지선까지의 거리보다 길 것으로 예상되더라도 피고인이 교차로 직전에 정지하지 않았다면 신호를 위반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원심 판결을 모두 뒤집었다.
도로교통법 시행규칙상 차량 신호등 황색의 등화 신호의 뜻은 ‘차마는 정지선이 있거나 횡단보도가 있을 때에는 그 직전이나 교차로의 직전에 정지해야 하며, 이미 교차로에 차마의 일부라도 진입한 경우에는 신속히 교차로 밖으로 진행해야 한다’로 규정돼 있다.
해당 문장에 대해 시민들의 해석은 분분하다. 교차로에 진입한 뒤 황색 신호가 들어올 경우 중간에 정차했을 시 교통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교차로를 빠져나가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찰의 신호단속 카메라는 도로에 매립된 센서를 기준으로 적색신호에 차량이 센서를 넘었을 경우에만 신호위반으로 적발하기 때문에 황색 신호의 등화가 신호 위반에 해당하는 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기도 수원시에 거주하고 있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오히려 황색 신호에 걸려 교차로에 정지한 상태로 있으면 다른 차선에서 오는 차량과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 더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라며 “지나가도 문제, 안 지나가도 문제라면 법적으로 명확히 기준이 정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대법원의 판결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황색 신호에 교차로에 진입하는 행위는 신호 위반이 맞다”라며 “녹색신호에서 교차로에 진입한 뒤 황색신호가 들어왔을 경우에는 신호 위반이 아니지만 황색신호는 적색신호의 예비 개념이기 때문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위반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법원의 판례는 정확히 도로교통법상 명시돼 있는 신호 의미를 지키라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교차로 신호등에 ‘카운트다운’을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황색신호 또한 교통법규 위반의 기준이 된다면 차라리 명확한 시간을 신호에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사건을 담당한 한문철 변호사는 “정지선 전에 정지하지 않아서 대법원이 신호위반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정지선 전에 멈추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한 변호사는 “법원과 경찰이 상식에 맞게 사건을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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