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최근 종합부동산세 대수술을 예고했다. 박 원내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무리 비싼 집이라도 1주택이고 실제 거주한다면 종부세 과세 대상에서 빠져야 한다”며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폐지론에 불을 붙였다. 현재 1주택자들은 공시가격 기준으로 12억 원까지만 종부세가 비과세되고 12억 원을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과세된다. 박 원내대표의 구상은 12억 원이 넘는 부분에 대해서도 1주택자이고 실거주자라면 종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종부세가 2005년 노무현 정부와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 주도로 신설된 지 19년 만에 처음으로 폐지론이 제기된 셈이다. 박 원내대표의 입을 통해 22대 국회에서 171석을 확보한 민주당의 정책 대변화를 예고한 대목이기도 했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의 발언은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급제동을 걸면서 해프닝으로 마무리되는 듯하다. 진 의장이 박 원내대표의 발언 이후 불과 이틀 만에 정책 현안 간담회를 통해 종부세 폐지론과 관련해 “원내대표가 개인적 의견을 말한 것 같다”며 정면으로 반박했기 때문이다. 진 의장이 한 방송에서 “우리나라 전체 인구 가운데 45%가 무주택자”라고 한 발언은 민주당이 종부세 폐지론에 대해 여전히 부자 감세 프레임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시인한 셈이기도 하다.
종부세는 도입 이후 줄곧 징벌적 세금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우리나라는 부동산을 매입할 때(취득세), 보유할 때(재산세·종부세), 매도할 때(양도세) 모두 세금을 낸다. 미국의 경우 부동산 매입 때 취득세가 없다. 주마다 다르게 적용하는 보유세가 있지만 보유세 납입분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한다. 양도세 역시 한국처럼 과하지 않다.
종부세는 애초 부동산 부자들을 겨냥한 세금으로 받아들여졌지만 현재는 중산층도 부담하는 세금으로 변질됐다. 실제로 물가 상승과 전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등으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종부세 납부자는 많이 늘어났다. 전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종부세 대상자는 3만 6000명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23만 5000명으로 6배 이상 증가했다. 종부세 부과 대상인 공시가격 12억 원이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는 이유다.
그동안 민주당 인사들은 선거 때마다 종부세 완화를 주장했다.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020년 4월 당시 이낙연 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은 느닷없이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을 강조했다. 그는 “1가구 1주택 실수요자가 뾰족한 다른 소득도 없는데 종부세를 중과하는 게 큰 고통을 준다”며 세법 개정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급기야 민주당 소속 강남 지역 후보들은 “종부세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고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도입한 제도지만 주거 목적 1세대 1주택에 대한 과도한 종부세 부과는 법 취지와 맞지 않다”고 법 개정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민주당은 선거 이후 모르쇠로 일관했다. 표를 구하기 위해 종부세 완화 발언을 꺼낸 것임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민주당이 22대 국회에서 해야 할 일은 징벌적 과세에 허덕이는 1주택 실거주자를 보듬는 것이다. 절반을 훌쩍 넘는 의석수를 확보한 민주당이 이제는 세금 정책을 통한 매표 유혹에서 벗어나 국민을 모두 아우르는 입법 경쟁을 펼쳐야 한다. 종부세 폐지가 부자 감세라는 낡은 이념의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언제까지 국민을 부자와 서민으로 쪼갠 뒤 애먼 중산층만 피해를 보게 할 것인가.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과거 경기도지사 시절인 2020년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종부세를 제재라는 측면에서 받아들이면 완화하는 게 맞다”며 종부세 완화에 찬성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좌파도 우파도 아닌, 좋은 정책은 골라 쓰는 실용주의자”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 역시 민주당 내에서 쏘아 올려진 종부세 폐지론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종부세에 대한 당론을 정한 뒤 22대 국회 입법 과제로 선정해 민주당의 체질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은 양두구육(羊頭狗肉) 정당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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