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 신청 각하·기각으로 지난 3개월 동안 의료 개혁을 둘러싸고 있던 가장 큰 불확실성이 사라졌다. 의대 정원 증원 확대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국정과제로 올 2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발표에서 구체화됐다. 의료계의 반대 등으로 지난 27년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절대 다수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전공의들의 집단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 장기화, 의대 정원 증원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료계의 반발 속에 강대강 대치가 이뤄졌다.
16일 서울고등법원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의료계의 반발 등 당분간 진통은 불가피해보인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의협 관계자는 “의협,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회의가 17일 공식 성명서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이제는 의대 정원 증원 논란을 끝내고 의료 공백을 먼저 정상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법원의 결정에 환자들은 ‘일단 한숨 돌렸다’며 의료공백이 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위해 서울대병원을 방문한 전모(70)씨는 “얼른 해결돼기만을 바라왔다” 면서 “심장이나 뇌처럼 생명에 필수적인 부문에서 의료진이 부족한 것은 사실 아니냐. 정부가 빨리 정책을 마무리하고 전공의들도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환자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심혈관 질환으로 대학병원에서 응급 스텐트 삽입술을 받았던 적이 있는 정 모(55)씨도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의료 복지수요가 높아지는 만큼 의대 증원은 당연한 결과”라며 “의사들이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하루빨리 제자리로 돌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호사 A(23)씨도 “의대 증원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린 것 아니냐” 면서 “의료공백이 마무리되고 간호사 발령 웨이팅 문제나 상급병원 채용도 원활하게 진행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갑상선 외래 진료를 위해 대학병원을 주기적으로 찾는 허 모(63) 씨는 “증원이 실제로 이뤄진다고 해도 과연 의사들이 납득할지 그간의 선례를 봤을 때 여전히 미심쩍다”면서 불안함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어쨌든 2000명을 늘리게 된다면 정부도 의사 교육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법원 결정 이후 가장 큰 관심사는 전공의를 비롯해 의료 현장을 떠나 있는 의사들이 복귀할지 여부다. 특히 전공의들은 대부분 강경한 입장이라 일부 복귀 움직임이 나타날지 관심이다. 법원의 결정이 사실상 ‘증원 확정’을 의미하기 때문에 복귀를 위한 일종의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전공의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와 전공의 단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복귀하지 않겠다는 글이 줄을 이어 상황은 좀 더 지켜봐야할 전망이다. 한 전공의는 “오히려 기각이 낫다. 단일대오를 유지하자”고 했다. 또 다른 전공의도 “인용됐다면 어쩔 수 없이 물러나는 듯한 퇴로를 제공하는 셈이 되는 것인데, 오히려 인용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했다.
법원 결정으로 전공의들의 투쟁이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사직 전임의는 “절차적 문제점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으로 법원에서 이 정도까지 온 건데 우리가 보기에는 근거가 있음에도 안 됐다”며 “오히려 해볼 때까지 해보자는 식으로 갈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의료 현장을 지키고 있는 의대 교수들의 행보도 관심이다. 전국 19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참여하는 전국의대교수비대위(전의비)는 전날 총회에서 “증원 효력 정지가 각하나 기각이 될 경우 장기화될 비상 진료 시스템에서의 ‘근무시간 재조정’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상의했다”고 밝혔다. 전의비는 ‘주 1회 휴진’을 계속하는 방안, ‘1주일간 집단 휴진’을 단행하는 방안을 모두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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