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예금 규모가 8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하면서 중국 경제의 돈줄이 막히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국의 금리 인하 요구에도 중국인들이 소비와 투자를 줄이고 안전한 예금을 선호하는 현상이 이어짐에 따라 중국의 ‘돈맥경화’는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다.
17일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은 지난 8년간 위안화 예금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계 예금 규모는 2016년 59조 8000억 위안(1경 1207조 1180억 원)에서 2023년 137조 위안(2경 5675조 1700억 원)으로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이 기간 예금 증가율은 연평균 13.8%로 나타났다.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9.5%와 7.7%였으나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중국인의 예금 선호 현상은 두드러지고 있다.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3.9%를 시작으로 2021년 10.7%, 2022년 17.4%, 2023년 13.8% 등 두자리수 증가율이 이어졌다.
가계 예금이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전체 예금 규모에서 가계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었다. 가계 예금 비중은 2016년 39.7%에서 2023년 48.2%로 8.5% 증가한 반면 비금융 기업 예금은 같은 기간 33.3%에서 27.7%로 떨어졌다. 최근 발표된 2024년 4월 통계에 따르면 가계 예금의 비율은 49%를 초과하며 절반에 육박했고 기업 예금은 27% 아래로 떨어졌다.
뤄즈헝 위에카이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가계 예금 비중 증가와 비금융 기업 예금 비중 감소가 가계 성장률 둔화에 직접적으로 기인한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 예금 증가율이 기업 예금 증가율보다 높은 근본적인 원인은 주민들의 주택구입과 소비 증가율이 둔화되고, 주민들의 저축이 전년 대비 가속화되고, 기업 수익이 전년 대비 감소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인민은행이 최근 발표한 ‘4월 금융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4월 말 위안화 예금 잔액은 291조 5900억 위안이다. 전월 대비 예금이 4조 위안 가까이 감소했고 개인 예금이 1조 8500억 위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으나 전문가들은 주로 계절적 요인에 따른 것일 뿐 6월 말에는 이 수치가 다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개인 예금의 증가는 실물 경제에 악순환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뤄즈홍 이코노미스트는 “상업용 주택 매매 및 소비재 총 소매 판매의 전년 대비 증가율이 2016년 각각 34.8%, 10.4%에서 2019년 6.5%, 8%로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펜데믹의 영향과 부동산 시장의 침체, 투자 수익률 하락과 주식시장 전반의 부진으로 인해 기존 개인 예금의 재예치. 신규 예치 등으로 이어진 영향이라는 평가다.
소비나 투자를 늘리기보다는 저축을 선호하는 현상은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1분기 설문조사에 따르면 저축을 더 많이 하겠다는 응답은 전분기 대비 0.7%포인트(p) 증가한 61.8%였다. 반면 소비를 늘리겠다는 답변은 23.4%로 전분기와 동일했고, 투자를 더 많이 하겠다는 응답은 전분기 대비 0.7%p 감소한 14.9%로 집계됐다.
중국 당국은 개인의 예금 선호에 따른 시중 통화량 감소를 막기 위해 지난해부터 예금 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예금 금리를 낮춰 은행의 순이자 마진에 대한 압력을 완화하고 기준금리 인하 마중물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동시에 개인의 소비와 투자를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한번 움츠러든 중국인의 지갑은 열리지 않고 안전 자산인 예금 선호 현상은 이어지는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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