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검찰총장과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최근 ‘사법의 정치화’ 현상을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측이 검찰로부터 ‘술판회유’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등 사법 영역에서 다뤄져야 하는 문제가 끊임없이 정치적 분쟁에 휘말리고 있어 검찰이 중심을 잡기 힘들다는 걱정 때문이다.
이 지검장은 16일 서울중앙지검 검사장 취임사에서 “최근 우리 사회는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 법치주의가 위기에 빠져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해야만 하는 일은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증거와 법리를 기초로 사안의 실체와 경중에 맞게 합리적인 결론을 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사장 취임사나 이임사에서 ‘정치’란 단어가 나오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이 지검장은 이날 첫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에서 ‘친윤(친윤석열) 검사’라는 별칭이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정치권에서 쓰는 용어에 동의할 수 없다”고 다소 직설적인 의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총장도 이달 초 대검찰청 월례회의에서 “사법에서 다뤄져야 할 문제를 정치적인 문제로 변질시켜 정쟁화 해 사법시스템을 흔드는 ‘사법의 정치화’가 끊임없이 계속돼 법치주의가 위기에 놓이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 지검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내용과 같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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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장은 “피고인이 법정 밖에서 검찰을 향해 터무니 없는 거짓을 늘어놓고 ‘없는 사실을 입증하라’고 목청을 높이며 사법시스템을 뒤흔들어 법망을 찢고 빠져나가려는 불법부당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며 “사법시스템이 흔들리면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목소리를 냈다.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공식석상에서 ‘사법의 정치화’에 대해 한 목소리로 내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사법의 정치화로 대표적인 것이 이화영 전 부지사 측의 ‘검찰청 내 술판 회유’ 주장이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수원지검 내에서 연어회와 소주 등을 제공하며 진술 회유가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원지검은 열 차례가 넘는 반박을 통해 이 주장이 거짓이라고 해명했다. 이 총장 역시 지난달 23일 창원지검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대한 부패범죄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 전 부지사가 사법 시스템을 흔들고 공격하는 일은 당장 그만둬야 한다”며 “사법 시스템을 공격한다고 해서 있는 죄가 없어지지도 않고 죄가 줄어들지도 않고 처벌을 피할 수도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두 사람이 사법의 정치화를 걱정하는 것은 이 같은 현상 때문에 사법시스템 자체가 송두리째 흔들린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 총장은 “2년 여 간 검찰총장으로 일하면서 최우선 가치를 둔 일은 성폭력, 스토킹,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마약류범죄 등과 같은 민생범죄”라며 “허위와 조작, 기만으로 사법시스템이 흔들리면 법치가 무너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월례회의에서 밝혔다. 이 지검장도 취임사에서 “강력범죄, 민생침해범죄, 사회적약자 대상 범죄, 마약류범죄 등에 중앙지검의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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