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시내각에 참여해온 베니 간츠 국가통합당 대표가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내달 8일까지 가자지구 통치계획을 마련하지 않을 경우 연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앞서 15일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 역시 뚜렷한 목표 없이 7개월째 전쟁을 벌이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가자지구를 직접 통치해야 한다는 총리의 주장에 반대한다”며 직격탄을 날린 바 있다. 간츠 대표와 갈란트 장관은 전시내각 의결권을 가진 3인 중 2인으로, 전시내각의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간츠 대표는 18일(현지시간) TV로 생중계되는 기자회견을 통해 “전시 내각이 6월 8일까지 가자지구 전후 통치안을 포함한 6개 항목의 계획을 수립하길 바란다”며 “이런 기대가 충족되지 않으면 연정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말했다. 뚜렷한 목표나 청사진 없이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사실상 최후 통첩을 한 셈이다.
간츠 대표는 이어 주요 정책에 대한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전시 내각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개전 직후 우리가 전시내각에 참여했을 때는 일관성 있는 지도부가 있어 실수를 피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무언가 잘못됐고,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고 있다. 승리를 보장할 지도부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우려했다. 그는 또 “소수가 방향타를 쥔 상태로 이스라엘이라는 배는 바위벽을 향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로 꼽히는 간츠 대표는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되자, 전시 국민통합에 동참한다는 뜻에서 정적인 네타냐후가 이끄는 우파 연정 참여를 선언했다. 그러나 전쟁이 길어지고 이스라엘이 민간인 학살을 주도한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이 커지면서 전시내각은 불협화음을 내는 일이 잦아졌다. 특히 간츠 대표가 지난 3월 네타냐후 총리의 승인을 받지 않고 미국을 방문해 사실상 국가 지도자 행세를 하면서 내각 각료들 사이의 갈등은 심화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15일 전시내각 의결권을 가진 3인 중 한 명인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통치에 반대한다는 작심 비판을 하면서 내각의 분열은 정점에 치달았다. 15일 갈란트 장관은 이스라엘의 수도 텔아비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후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대신할 통치 세력을 찾아야 한다’고 여러 차례 요청했으나 이제껏 어떠한 답도 듣지 못했다”면서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직접 통치하지 않을 것이며 팔레스타인 세력이 이끌도록 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스라엘 언론은 “정부가 전후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아 군이 끝없는 군사행동에 동원돼야 했고 이에 장교들의 불만이 커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네타냐후 총리는 간츠에 대해 “하마스에 최후통첩을 하는 대신 총리에게 최후통첩을 한 셈”이라며 “간츠가 제시한 조건은 ‘전쟁의 종식과 이스라엘의 패배’라는 의미를 분명하게 하는 한심한 단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스라엘 국민 사이에서 네타냐후 총리 직무수행에 대한 지지율은 갈수록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채널12 방송이 18일 공개한 주요 지도자들의 직무수행 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조사대상자의 32%에게서만 지지를 받아 다른 지도자들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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