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가 생각나네요."
이예원(21·KB금융그룹)과의 결승전에 앞서 박현경(24·한국토지신탁)이 꺼낸 말이다. 지난해 이 대회 결승에서 성유진(24·한화큐셀)에 우승 트로피를 내준 아쉬움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박현경은 그의 말처럼 결승전 내내 단단한 마음가짐으로 경기를 펼쳤다. 위기의 순간도 여럿 있었지만 강한 정신력으로 버텼다. 그리고 그토록 바라던 시즌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박현경은 19일 강원 춘천의 라데나GC(파72)에서 치러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총상금 9억 원) 결승에서 이예원을 1홀 차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5승째를 거둔 박현경은 지난해 10월 SK네트웍스·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 우승 이후 203일 만이자 올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다. 매치플레이 대회에서 처음으로 트로피를 들어 올린 박현경은 우승 상금 2억 2500만 원을 받아 시즌 상금 랭킹 1위(4억 8523만 원)와 대상 포인트 1위에 올랐다.
결승전은 올 시즌 꾸준히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두 선수의 맞대결답게 한치 양보 없는 접전이 펼쳐졌다. 박현경이 1번 홀(파4)에서 버디를 낚아 먼저 앞섰다. 4번 홀(파4)에서 이예원의 홀 포기로 1점을 더 챙긴 박현경은 이어진 5번 홀(파4)에서 버디를 떨어뜨리며 3홀 차까지 달아났다. 기세를 올리던 박현경은 경기 중반 급격히 흔들렸다. 7번 홀(파3)에 이어 12번(파5)과 13번 홀(파3)을 내줘 동률을 허용하더니 15번 홀(파4)에서는 보기를 범해 추월까지 허용했다.
1홀 차로 뒤져 먹구름이 드리워지던 상황에서 박현경이 뚝심을 발휘했다. 17번 홀(파4)에서 3m짜리 버디로 동률을 만든 그는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세 번째 샷을 홀 옆 1.7m에 붙인 뒤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다. 우승이 확정된 순간 박현경은 주먹을 하늘로 뻗어 기쁨을 만끽했다. 올 시즌 꾸준히 상위권에 올랐지만 우승이 없던 마음 고생을 한꺼번에 날린 순간이었다.
박현경은 “얼마 전 스승의 날이 있었는데 이시우 코치와 영원한 스승인 아버지에게 좋은 선물이 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마지막 버디 퍼트를 할 땐 손이 너무 떨렸다. 이번 시즌을 열심히 준비했는데 상반기에 시즌 첫 우승을 하게 돼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2022년 이 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이예원은 접전 끝에 다시 정상 문턱에서 돌아서며 아쉬움을 삼켰다. 준우승 상금은 1억 350만 원. 3·4위전에서는 이소영이 윤이나를 5홀 차로 꺾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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