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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최저임금 첫 회의인데…‘돌봄업종 차등범위’ 안갯속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21일 돌입]

보건·사회복지업 235만명 영향권

가구 내 고용활동, 직접 고용 대부분

자영업자라 최저임금 적용 안받아

사측, 구분 제안할 '돌봄범위' 골머리

새 위원장·노사 요구안도 관심 쏠려

13일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2024년 최저임금 입간판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할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가 21일 열린다. 올해 최임위 심의의 최대 관심은 시간당 1만 원 돌파 여부와 돌봄 업종에 대한 임금 차등 적용 등이 이뤄질지다. 하지만 경영계는 논의의 출발점인 어떤 업종을 돌봄 업종으로 제안할지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20일 노동계·경영계 등에 따르면 최임위의 심의에서는 돌봄 업종에 대한 업종 구분 적용이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임위는 노동계를 대표한 근로자위원, 경영계를 대표한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27명으로 구성된다. 노동계는 9명 위원 중 2명을 돌봄 운동가로 배치하는 등 이번 심의에서 업종 구분이 이뤄지지 않도록 배수진을 쳤다.

최임위에서 업종 구분 논의가 이뤄지려면 노사 어느 한쪽에서 구분 적용을 원하는 업종을 제안해야 한다. 노동계는 업종 구분을 반대하고 있어 경영계가 제안을 해야 한다. 지난해에도 경영계는 편의점, 숙박·음식점업, 택시운송업 등 3개 업종에 대해 업종 구분을 주장했다.



하지만 경영계는 이번 심의에서 어떤 돌봄 업종을 제안할지 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돌봄 업종은 너무 범위가 넓고 모호하기 때문에 최저임금 영향을 받는 근로자 수도 파악이 어렵다. 이 상황은 사용자위원 측인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6일 ‘올해 최저임금 미만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드러났다. 보고서는 최저임금 구분 적용 논의를 돕기 위해 ‘보건·사회복지업’과 ‘가구 내 고용 활동’이라는 두 개 업종을 모두 분석했다. 이는 돌봄 업종의 구분 적용 필요성의 촉매제가 된 한국은행의 관련 보고서에서 돌봄 업종을 제시하지 않고 돌봄 및 보건 서비스 종사자, 가사 및 육아 도우미처럼 직종만 제안했기 때문이다.

보건·사회복지업은 돌봄 및 보건 서비스 종사자가, 가구 내 고용 활동도 가사 및 육아도우미가 상당수 포함된다. 문제는 두 업종의 규모와 성격이다. 보건·사회복지업은 고용노동부의 올 3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종사자가 235만 명에 이른다. 올해 최저임금 영향 근로자가 65만~334.7만 명인 점을 고려하면 이 업종에 차등 적용을 하기에 종사자 수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가구 내 고용 활동은 가구에서 직접 고용한 경우가 문제 될 수 있다. 가구가 직접 고용하는 종사자는 근로자가 아니라 자영업자 성격을 띠기 때문에 이미 최저임금 적용을 받지 않는다.



2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이미선(오른쪽) 민주노총 부위원장이 최저임금 현실화를 주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사는 올해도 최저임금 심의 전 ‘장외’에서 치열한 기 싸움을 시작했다. 경총은 최저임금 미만율 보고서에서 올해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가 301만 1000명으로 전년 대비 25만 5000명 늘었다고 밝혔다. 하상우 경총 본부장은 “지난해 일부 업종과 소규모 사업체에서는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도 감내하기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이 통계로 입증됐다”며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를 위해 상당 기간 최저임금이 안정돼야 하고 업종별 경영 환경 차이 등을 감안해 최저임금을 구분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노동조합총연맹·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참여연대 등 노동·시민단체는 이날 최저임금 운동본부를 출범하고 “실질임금 하락으로 인해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업종별 차별 적용을 막고 최저임금 사각지대까지 적용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올해 첫 전원회의에서 선출될 새 최임위 위원장이 누구인지도 관심이 모인다. 최임위 위원장은 9명 공익위원 중에서 결정된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공익위원 중 연장자이면서 한국노동연구원장을 지낸 이인재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가 위원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임위 위원장과 공익위원은 최저임금 결정의 키를 쥔다. 노사는 늘 임금 수준과 업종 구분을 두고 합의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두 사안은 위원들의 투표로 결정된다. 올해 공익위원은 9명 중 6명이 교체됐는데 노동계는 대부분 공익위원이 보수 성향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내년 최저임금은 시급 기준으로 1.42%만 오르면 사상 처음으로 1만 원을 넘는다. 올해 최저임금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인 2.5%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최저임금 1만 원 돌파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최저임금 1만 원이 지니는 상징성을 고려할 때 ‘경영계의 1만 원 아래 수성 싸움’이 거셀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영계는 단일 연도 최저임금 인상 폭보다 최저임금의 거듭된 인상이 영세 소상공인에 누적된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을 가늠할 노사가 원하는 최저임금 수준도 조만간 공개될 방침이다. 최근 5년간 추이를 보면 노동계는 두 자릿수 이상 대폭 인상을, 경영계는 삭감 또는 동결을 내세웠다. 올해 최저임금을 정한 지난해 심의에서도 노동계는 2023년 최저임금보다 26.9% 인상안을, 경영계는 동결안을 제안했다. 노사의 이런 입장은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노동계는 고물가로 인해 2년 연속 근로자 실질임금 삭감을 근거로 대폭 인상을 요구할 방침이다. 반면 경영계는 고물가로 인해 임금 지급 여력이 낮아졌고 원자재값, 인건비 동 경영난 요인을 고려한 제한된 임금 인상론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저임금 수준 심의는 노사가 최초 요구안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만일 올해 심의에서 경영계가 원하는 대로 구분 적용이 이뤄지면 경영계는 노동계에 임금 인상 수준을 더 양보할 가능성도 노동계 안팎에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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